• AI 의사, 진단 정확도 4배·비용 20%↓…의료 현장 판도 바꾸는 ‘의료 인공지능’
    • MS·구글 등 빅테크 개발 경쟁…AI, 의사 시험 합격 넘어 실제 진료 수준 도달
    • 인공지능(AI)이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시대를 넘어, 직접 환자와 대화하며 질병을 추론하고 진단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AI 의사’ 개발에 나서면서 의료 현장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진단 정확도는 물론 비용 절감 효과까지 확인되며 AI의 의료 진입은 단순 실험이 아닌,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진단 정확도 4배 높고, 진료비는 20% 낮아

      MS가 공개한 AI 의사 ‘MAI-DxO(MS AI Diagnosis Orchestrator)’는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질병을 추론하는 생성형 AI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5~20년 경력의 의사 21명과 MAI-DxO를 비교한 실험에서, AI의 진단 정확도는 85.5%로 의사보다 최대 4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복합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서 인간 의사가 간과한 질환을 포착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MS는 “기존 AI가 의사시험에 합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AI는 실제 임상에서 환자의 상태를 추론하고 의사처럼 사고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비용 측면에서도 AI는 기존 의료 시스템 대비 평균 20% 낮은 비용으로 더 정확한 진단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글의 ‘말조심 AI’, 의사 보조자로 진화

      구글 딥마인드는 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택했다. ‘g-AMIE(guardrailed-Articulate Medical Intelligence Explorer)’는 진단이나 처방은 하지 않지만, 환자의 말을 섬세하게 듣고 정리해 의사에게 전달하는 ‘의료 비서형 AI’다.

      g-AMIE는 대화, 감시, 기록 등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AI 세 개로 구성되며, 의사가 없어도 AI 스스로 진단 영역을 넘지 않도록 ‘비동기 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진단 적중률은 82%로 젊은 의사의 53%, 간호사나 진료보조인력의 63%보다 현저히 높았다. 환자 응대 능력과 문서 정리 정확도도 의료진을 웃돌았다.

      애플은 ‘AI 주치의’, 국내도 의료 AI 플랫폼 개발

      애플은 애플워치를 통해 심박수 등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 AI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미국 FDA의 의료기기 인증까지 받은 애플워치는 향후 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기기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속속 의료 AI에 뛰어들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국내 최초로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한 의료 플랫폼 ‘HAI’를 한림대 의료원과 함께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전자의무기록(EMR)을 자동으로 작성해 의료진의 문서 작업 시간을 연간 8만 시간 이상 줄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규제의 그늘, ‘AI 환각’ 막는 안전장치 필요

      그러나 AI 의사가 전면에 나서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대표적 문제는 ‘AI 환각’ 현상이다. 이는 AI가 정답을 모를 때도 그럴듯한 답변을 생성해내는 오류로, 생명과 직결된 의료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의사를 맹신할 경우 환자의 생명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력한 규제와 승인 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미국 FDA는 AI 진단 시스템의 의료기기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며, MS의 MAI-DxO 역시 아직 임상시험 승인을 받지 못했다.

      AI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게임 체인저지만, 책임과 신뢰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AI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정확성과 비용 효율성을 입증해가고 있다. 그러나 진단 책임 소재, 법적 기준, 환자 신뢰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다. AI가 의료 현장의 보조자 혹은 판단 파트너로 정착하려면 기술 진보 못지않게 윤리와 법 제도의 진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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