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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두줄서기, 정말 ‘모두의 문제’일까

2026-08-31 09:13 | 입력 : 마포저널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모두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에스컬레이터 문제’였다. 전국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모두의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에스컬레이터 어떻게 타야 안전할까요를 주제로 원탁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과 안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모두의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에스컬레이터, 어떻게 타야 안전할까요?’를 주제로 원탁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과 안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줄서기를 할 것인지, 두줄서기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토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토론에 참여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였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승강기 산업의 구조와 부품 수급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는 자리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중’에 대한 문제였다. 한줄서기를 하면 한쪽에 이용자가 집중되면서 에스컬레이터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토론 과정에서 더 놀라웠던 것은 고장이 발생했을 때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였다.

결국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을 이야기하면서 국산 승강기 산업의 경쟁력과 유지·보수 체계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 하나에도 산업과 기술, 유지관리라는 또 다른 문제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안전과 편의, 사람마다 달랐다

토론이 깊어질수록 또 하나 분명해진 것이 있었다. 사람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상황이 너무나 달랐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 1분 1초가 아까운 사람에게는 한줄서기가 더 편할 수 있다. 반면 안전을 우선한다면 두줄서기를 선호할 수 있다.

특히 배차 간격이 긴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줄서기를 하면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고, 결국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다. 에스컬레이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과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하는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 없다.

결국 ‘안전’과 ‘편의’라는 가치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토론을 이어갈수록 한 가지 아쉬움이 생겼다.

이 논의가 과연 정말 ‘모두’를 담고 있는 것일까.

‘모두의 토론회’에 빠진 사람들

이번 토론은 주로 대도시에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동 경험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동에는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물론이고 노약자, 어린이,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 등도 있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이유와 방식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전동휠체어 이용자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한줄서기냐 두줄서기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등장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도 단순히 나이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 유모차 끄는 젊은 부모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한 번에 몇 명이 이동할 수 있는지, 휠체어의 무게와 다른 이용자의 하중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동해야 할 때 누구의 이동을 우선할 것인지 등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이 질문은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 논쟁과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문제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이동하는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에스컬레이터의 한줄서기와 두줄서기에 대한 논의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이동권’부터 이야기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번 토론의 순서가 조금 달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처음부터 한줄서기와 두줄서기의 선택지를 놓고 논쟁하기보다는, 먼저 ‘모두의 이동권’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으면 한다.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사람의 권리도 이동권이고, 천천히 이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권리도 이동권이다.

대중교통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사람도 있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사람도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엘리베이터가 이동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렇다면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다양한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그때 비로소 한줄서기와 두줄서기의 장단점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정답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라는 말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했지만, 우리가 정말 모든 사람의 이동을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는 다시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냐 두줄서기냐는 어쩌면 그다음 문제일지도 모른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우리는 누구의 이동을 기준으로 안전과 편의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두의 토론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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