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매장에서 수백만 원 결제.”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그럴듯한 영수증 이미지가 완성된다. 매장명과 결제 금액, 날짜, 바코드까지 갖춘 이미지가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과 손품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가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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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영수증 이미지를 만들고(왼쪽) 사용감있는 영수증 이미지로 다시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결과물 |
이 기술은 단순한 장난이나 밈(meme)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플렉스(Flex)’ 문화와 결합해 고가 소비를 인증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실제로는 구매하지 않았지만, 마치 명품을 산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미지가 공유되며 관심과 반응을 얻는다. 가짜임을 전제로 한 유희적 콘텐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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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이미지 생성 |
문제는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진다는 데 있다. 장난처럼 시작된 이미지가 진짜 소비 인증처럼 유통되고, 이를 근거로 후기나 체험담이 작성되기도 한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허위 영수증 이미지를 근거로 한 리뷰가 적발되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소비는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SNS가 일상화되면서 소비는 개인의 만족을 넘어 ‘공개된 퍼포먼스’가 됐다. 다만 AI는 이 문화를 한 단계 더 가볍고 빠르게 만든다. 실제 지출이 없어도, 물건이 없어도 ‘인증 이미지’는 만들어진다. 비용은 줄었지만, 과시 효과는 유지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AI 영수증 생성이 범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패러디 콘텐츠나 교육 목적의 사례 제작처럼 합법적이고 창의적인 활용도 존재한다. 다만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확산될 경우, 소비 문화 전반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고민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용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이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타인을 속이는 순간 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검증 강화, 디지털 영수증 시스템 확대, 사용자 윤리 인식 제고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보여주기식 소비는 결국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한다. AI 영수증은 그 시선을 더 쉽게, 더 빠르게 만족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짜 인증이 반복될수록 진짜 경험의 가치도 함께 희미해질 수 있다.
기술은 가벼워졌지만 질문은 무겁다.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