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의 공간, 기억의 자리로 — 삼풍백화점 노을공원 표지석 설치 진척
    • 1995년 6월 29일, 한국 현대사상 최악의 건축물 붕괴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은 502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지금까지도 많은 유가족들이 그날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참사의 물리적 흔적은 현장에 남아 있지 않지만, 폐기물 매립지였던 난지도의 노을공원 곳곳에 당시 잔해와 실종자 유해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은 유족들에게 깊은 상흔으로 남았다.

      2025년 30주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노을공원 삼풍백화점 표지석 설치 캠페인은 단순한 상징물 설치를 넘어 “잊힌 기억을 사회적 책임 아래 드러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해당 캠페인은 유족과 시민 3,000여 명의 참여로 온라인 서명·현장 활동을 전개하며 추진됐다. 이후 서울시의회 예산이 통과되면서 표지석 설치는 실질적인 진척을 맞았다.

      삼풍백화점 추모 표지석 캠페인 홈페이지
      출처 - 삼풍백화점 추모 표지석 추진 캠페인 홈페이지

      2026년 들어 진행된 조달청 공고를 보면, 서울시 재난안전정책과는 노을공원 내 삼풍 참사 추모조형물 설치 용역을 발주했으며, 예산 규모는 약 3억 원으로 책정됐다. 설치 대행 용역 입찰도 3월 초 마감되어 표지석 준비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족들은 표지석 위치를 선정하면서 햇볕·비·사람의 동선 등 심리적 위안 요소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자리를 찾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왔고, 앞으로도 설치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표지석 설치는 몇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30년이 지나도록 참사의 흔적이 현장 차원의 기억으로 남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상황에서, ‘실제 유해가 묻혔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표지석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유가족들의 요구가 공식적으로 일부 수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둘째, 유족들의 심리적 고통이 30년을 넘어 현재진행형임이 조사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물리적 표지’를 넘어 사회가 참사 피해를 어떻게 기억·치유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 정책 과제가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상암동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대체로 참사 기억을 환기하는 작업이 가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과거의 비극을 잊지 않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공공의 장에 새긴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도시 개발과 안전 문제에 대해 민감한 태도를 가진 주민들은 다음과 같은 시각을 공유한다.

      참사 기억의 장소화는 단지 역사적 사건을 기리는 것을 넘어 도시 안전 정책의 성찰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작동할 수 있다.
      표지석 설치는 향후 다른 재난 사건에 대한 사회적 대응과 예방적 정책 설계에 중요한 ‘기억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관점도 나온다.

      그러나 상암동 주민들의 반응은 단순한 찬반으로 나뉘지 않는다. 지역은 현재 난지도 소각장 건설 문제로 인해 강한 반발과 불신이 누적되어 있다.

      정부·지자체의 공간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크다. 소각장 문제를 계기로 주민들은 서울시의 공공시설 및 환경 정책에 대해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를 요구해 왔다.
      이 때문에 표지석 설치가 “공공 결정을 통한 또 다른 공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존재한다.

      한 지역 주민은 “추모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지만, 유족과 시민의 요구와 지역 주민의 환경권이 어떻게 조화되는지 공론화 과정이 충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암동 주민 다수는 일련의 지역적 갈등 경험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주민 참여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표지석 설치 과정에서도 주민 의견 수렴과 지속적 소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족의 요구와 지역 주민의 생활 환경 우려가 서로 충돌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재·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풍백화점 참사 노을공원 표지석 설치는 단순한 추모사업이 아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피해자와 유족이 요구해 온 ‘공적 기억의 자리 마련’을 사회적 책임 아래 확인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그 과정은 지역 주민과의 상호 존중, 투명한 정책 설계 및 실행이 함께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표지석 설치가 유가족에게는 상실의 기억을 다루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시민사회 전체에는 재난 대응과 안전 정책에 대한 지속적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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