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공방 속 정부의 가속 페달
    • 마포구, 소송 결과와 소각시설 단축 방안 사이에서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
    • 수도권 공공소각시설 27곳의 신·증설 사업을 최대 3년 6개월 단축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직매립 금지 시행 한 달여 만에 꺼내든 이른바 ‘패스트트랙’ 카드다. 표면적 이유는 분명하다. 민간 위탁과 지역 간 폐기물 이동을 줄이고, 공공 처리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도전에 방점이 찍힌 이번 대책을 두고 정책의 진의를 둘러싼 해석은 엇갈린다.


      직매립 금지 이후의 ‘현실 관리’

      올해 1월 1일부터 수도권에 시행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는 4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1월 한 달간 24만7천 톤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했고, 이 중 85%는 공공, 15%는 민간이 처리했다. 수거 지연이나 대규모 적체는 없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구조다. 공공소각시설이 부족한 일부 지자체는 충청권 민간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발생지 처리 원칙이 흔들리면서 ‘폐기물 이동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처리 역량 강화”는 이 지점을 겨냥한다. 민간 의존을 줄이지 못하면 직매립 금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 걸리던 사업, 8년대로… 무엇을 줄이나

      정부는 기존 평균 12년(140개월) 소요되던 설치 절차를 98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입지선정위원회 재구성 대신 주민지원협의체 의결로 갈음하고, 환경영향평가와 통합환경인허가를 병행 추진하며,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과 정액지원사업을 확대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절차 병행’과 ‘협의 간소화’다. 사업 지연의 병목을 제거해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를 병행 처리하는 방식이 실질적 검토를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겠다며 처리수수료 가산금 인상도 검토하지만, 이는 갈등의 본질을 재정 보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이라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특히 서울 마포구는 최근 2심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상고 여부에 따라 대법원 판단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어 법적 논쟁이 완전히 종결된 상황은 아니다. 이런 국면에서 절차를 앞당긴다고 해서 지역사회의 공감대까지 함께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각 확대’인가, ‘전처리·감량’ 병행인가

      정부는 소각량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함께 내놓았다. 종량제봉투를 파봉·선별하는 공공 전처리시설을 확대해 재활용 가능 자원을 35% 이상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원 고성군 시범사업 결과를 근거로 들며, 향후 소각시설 신·증설 시 전처리시설 설치 의무화도 추진한다.

      또 2030년까지 생활폐기물 8%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1인당 종량제봉투 사용을 매년 1개씩 줄이겠다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정책의 또 다른 의도가 읽힌다. 단순히 소각장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각 의존 구조’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직매립 금지라는 강한 규제가 이미 작동을 시작한 만큼, 처리 공백을 방치할 경우 정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재정·행정 드라이브, 정치적 부담 최소화?

      행정안전부, 기획예산처와 협력해 지방재정투자심사 등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대목은 중앙정부의 강한 추진 의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정치적 리스크 관리와도 무관치 않다. 폐기물 적체가 현실화될 경우 정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전은 곧 ‘위기 선제 차단’ 성격을 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질문이 남는다. 탄소중립 시대에 대형 소각시설을 확충하는 전략이 과연 최선인가. 열회수·발전 기능을 갖춘 최신 설비라 하더라도, 소각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재활용·감량 중심 체계로의 전환 없이 소각 인프라만 확장될 경우 ‘경로 의존성’이 고착될 수 있다.

      정책의 분기점

      이번 대책의 진의는 단순한 ‘소각 확대’로 읽기에는 복합적이다. 직매립 금지의 안착, 민간 의존 축소, 지역 갈등 완화, 행정 지연 해소, 그리고 원천 감량 압박까지 여러 층위가 겹쳐 있다. 다만 관건은 실행 과정이다. 절차 단축이 투명성과 숙의 과정을 침식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이번 패스트트랙이 폐기물 정책의 과도기를 관리하는 ‘한시적 처방’인지, 아니면 소각 중심 체계를 구조화하는 ‘새로운 표준’인지. 답은 향후 전처리시설 의무화와 감량 목표 이행의 강도, 그리고 주민 수용성 확보 방식에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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