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한 의용소방대 유휴공간에 우체국이 들어선다. 단순한 이전이 아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정부가 공간을 공동 활용하며 공공서비스를 통합하는 새로운 행정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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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셩형 AI로 이미지 작업 ⓒ 마포저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무주군과 협력해 지방정부 유휴공간에 우체국을 이전하는 ‘공간 공동이용’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강조하는 ‘행정융합’ 기조 속 첫 사례로 평가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지역 내 분산된 행정기관을 한곳으로 모으고 시설을 공동 이용함으로써 주민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기관끼리 벽 허물자”…행정 효율성 높아져
공공기관 집적의 가장 큰 장점은 행정 효율성이다. 기관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회의실·주차장·민원창구·전산망 등을 공동 활용할 수 있어 운영비 절감 효과가 크다.
특히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로 공공시설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주 사례 역시 지방정부 유휴공간을 우체국이 활용하면서 별도의 신규 건축 비용을 줄이고 주민 접근성까지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기관 간 협업 효과도 기대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인프라를 활용한 ‘안부살핌 소포우편서비스’, ‘복지등기우편서비스’, ‘국민연금·복지지원금 현금배달서비스’ 등을 지방행정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편의 높지만…과밀·불균형 우려도
공공기관 집적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관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교통 혼잡과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행정타운이나 혁신도시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지역 불균형 우려도 있다. 한 지역에 공공기관이 몰리면 주변 상권과 인프라는 성장하지만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쇠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대응 측면에서도 위험성이 지적된다. 디지털 행정망 장애나 재난 발생 시 여러 기관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도시지역에서는 오히려 ‘분산형 생활권 행정’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고령층은 대형 복합청사보다 집 가까운 소규모 행정시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거대한 청사 시대 끝”…생활SOC 복합화로 변화
전문가들은 최근 공공기관 정책의 흐름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대규모 청사를 한곳에 모으는 ‘행정타운형 집적’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주민센터·도서관·복지시설·우체국·보건 기능 등을 생활권 단위로 묶는 ‘복합화’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거대한 청사를 새로 짓기보다 기존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민원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 서류 업무는 디지털 전환이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 공간은 복지·돌봄·커뮤니티 기능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결국 최근 공공기관 정책은 “얼마나 크게 모으느냐”보다 “어떻게 연결하고 공유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이번 무주 사례를 시작으로 지방정부 및 다른 행정기관과의 공간 공동이용 협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