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는 기관을 만든다. 그러나 그 기관이 주민자치를 제대로 실현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행정안전부가 6월 8일 전국 지방정부에 배포한 「주민자치회 참고조례 전부개정안」은 2013년 이후 여덟 번째 개정안이다.
마포구는 10월 15일 이 참고조례를 바탕으로 「자치회관 설치 및 운영 조례 전부개정조례안」(공고 제2026-1627호)을 입법예고했다. 6장 38조와 부칙 5조, 별표 2로 구성됐다. 의견제출 기한은 11월 4일이다.
이번 검토의 기준은 분명하다. 주민이 지역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
이를 구성원 자격, 대표 선출, 결정, 확정, 의제, 심판, 재정, 정보 등 여덟 가지 항목으로 나눠 살펴봤다. 그 결과, 여덟 항목 가운데 충분히 충족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일부 진전이 확인된 항목은 두 가지였다.
먼저 인정할 부분 — 참고조례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
마포구안은 참고조례를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참고조례 제26조의 연계법인 설립 조항을 두지 않았다. 법인을 설립해 사무를 넘기는 통로를 조례에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참고조례 제4조 제3항에서 허용한 분회·지회 규정도 두지 않았다. 주민자치회를 여러 조직으로 나누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셈이다.
참고조례에 없던 내용을 새로 담은 부분도 있다. 위원의 제척·기피·회피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고(제17조 제3항), 수강료를 주민자치회 명의로 징수·관리하도록 했다(제28조 제2항·제7항). 위원 해촉에 주민자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으며(제13조 제2항), 위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해촉을 요구하면 자치회장이 이를 상정하도록 했다(제13조 제3항·제4항).
특히 참고조례 제12조 제2항은 구청장이 위원을 해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마포구안은 주민자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민자치회의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덜어낸 조항에 있다
그러나 조문을 대조하면 반대 방향의 변화도 확인된다. 참고조례에 있던 내용 가운데 마포구안에 반영되지 않은 조항이 여덟 가지다.
첫째, 주민총회의 결정사항이다.
참고조례 제18조 제2항은 결정사항 여덟 가지를 열거하지만, 마포구안 제19조 제2항은 다섯 가지로 줄였다. ‘읍·면·동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편성안’, ‘연계법인 설립 추진 및 운영 보고’, ‘주민조례청구·주민투표청구·주민감사청구 등 주민참여와 관련된 내용의 보고 및 추진’이 빠졌다.
둘째, 재정 지원의 기준이다.
참고조례 제20조 제1항은 지원 재원을 “전년도 주민세(개인분)의 징수액에 상당하는 예산 등”으로 제시한다. 반면 마포구안 제33조 제1항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다. 지원의 근거는 남았지만, 어느 정도의 재원을 어떤 기준으로 마련할지는 조문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셋째, 재검토기한이다.
참고조례 제29조는 시행 후 3년마다 조례의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한다. 마포구안에는 이 조항이 없다. 제도 운영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장치가 빠진 셈이다.
넷째, 통·리 단위 주민조직과의 협력이다.
참고조례 제21조 제2항은 통·리 주민조직과 협력해 돌봄, 마을환경 개선, 재난안전, 생명보호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마포구안 제34조 제2항은 협력 대상을 “동 단위의 기관·단체”로 규정했다. 주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통·리 단위 조직이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다섯째, 주민자치협의체다.
참고조례 제27조는 「지방자치법」 제17조의2 제10항에 근거한 협의체의 구성·운영 조항을 둔다. 마포구안에는 이에 해당하는 조항이 없다.
여섯째, 자치회장의 정보 요청권이다.
참고조례 제22조 제3항은 구청장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자치회장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마포구안 제35조는 구청장의 요청과 구청장의 공개를 중심으로 규정한다.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통로는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일곱째, 운영세칙에 담을 내용이다.
참고조례 제28조 제2항은 이해충돌 방지, 갈등 조정, 계약 및 회계처리 등 열한 가지 항목을 예시한다. 마포구안 제38조는 운영세칙의 제정 주체만 정하고 구체적인 항목은 열거하지 않았다.
여덟째, 처리 기간이다.
참고조례 제19조 제4항은 자치계획에 대한 이행계획과 검토 결과를 30일 이내에 통보하도록 한다. 마포구안 제20조 제4항은 그 기간을 2개월로 정했다. 주민총회의 결정이 행정의 검토를 거쳐 회신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여덟 문항으로 살펴본 주민자치
이제 앞서 제시한 여덟 가지 기준으로 마포구안을 다시 살펴보자.
 |
| 생성형 AI로 표 작성함 |
이 여덟 항목을 종합하면, 마포구안은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틀은 마련했지만 주민이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조례안은 주민자치회를 만드는 조례다. 그러나 주민이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를 구현하려면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다.
다음 회부터는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발행인의 설명] 한정민 사무총장은 (사)시민과함께하는 메가시티연구소에서 주민자치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으며,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참고조례가 지닌 한계와 미비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번에는 마포구가 입법예고한 주민자치회·자치회관 관련 조례 전부개정안을 분석하고 평가한 글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마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