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와 월세 부담을 동시에 낮추겠다며 ‘전월세 안심신탁’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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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를 바탕으로 AI로 인포그래픽 작성함 |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공공기관에 맡기고, 공공기관은 이를 운용해 임대인에게 월세에 해당하는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는 전세로 거주하면서 보증금 반환 위험을 낮추고, 임대인은 공실이나 월세 연체 걱정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제 국민이 원하는 주거안정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또 공공기관이 민간 임대시장의 위험을 떠안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새 집 공급 아닌 ‘월세의 전세 전환’
전월세 안심신탁은 새 아파트나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설명한 사업의 기본 구조는 시중의 월세 물건을 전세로 전환해 공급하는 것이다. 임대인·임차인·안정화기구가 3자 계약을 맺고, 임차인이 전세금을 HUG에 예치하면 HUG가 이를 운용해 임대인에게 매월 약정수익을 지급한다.
주택 유형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일반 임대인과 임차인이 신청할 수 있고, 우선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아파트도 제도상 배제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상이 될 수 있는가’와 ‘실제로 누가 참여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정부는 공실 우려 없이 안정적인 월세수익을 원하는 임대인이나 전세금을 정기예금 등 안정적인 자산에 예치하는 임대인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갭투자나 고수익 위험자산에 전세금을 운용하는 임대인은 참여 유인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사업이 시작되면 아파트와 다가구·다세대·오피스텔 등 주택 유형별 참여 비중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명칭은 ‘주거안정’이지만, 어떤 주택의 임대인에게 가장 큰 경제적 유인이 생기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혜택, 임대인은 안정적 수익
정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3억원짜리 주택의 전세가격이 2억원일 경우, 기존에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74만원을 내던 세입자가 안심신탁을 이용하면 월 53만원 수준의 이자 부담으로 전세에 거주할 수 있다. 전세금반환보증과 전세대출보증 가입도 필요 없어 연간 약 34만원의 보증료 절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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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임대인은 전세금 2억원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도 월 73만원의 약정수익을 받는다. 공실이나 월세 연체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등록 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가 면제돼 보증료 부담도 줄어들 수 있으며, 정부는 임대소득에 대한 세제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결국 하나의 제도에서 세입자는 주거비를 낮추고, 임대인은 임대수익을 안정화하는 구조다.
문제는 전세금 15조원의 운용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세입자가 맡긴 전세금의 사용처다.
정부는 예탁된 전세금을 주택공급활성화펀드로 조성해 HUG 보증부 PF대출 사업장 등에 운용하고 연 4%대 이자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시범사업은 LH 매입임대 500호 규모지만, HUG는 향후 대규모 전세금 예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이 확대될 경우 단순한 주거복지사업을 넘어 공공기관이 국민의 전세금을 기반으로 주택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금융사업의 성격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의 전세금과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월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투자수익은 민간 금융시장과 임대인에게 연결하면서 손실 위험은 어디까지 공공기관이 부담하는가.
이 부분은 시범사업의 성과와 함께 반드시 공개돼야 할 대목이다.
다주택자 정책과도 따져봐야
2026년 정부의 부동산 세제정책은 다주택자의 보유·양도에 부담을 주는 방향과 민간임대 공급을 지원하는 방향이 동시에 존재한다.
올해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다시 적용됐고, 정부의 세제개편안도 비거주·다주택 주택의 세 부담을 정상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정부는 다주택자의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2027~2028년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심신탁은 기존 민간 임대주택을 계속 임대시장에 공급하도록 임대인의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두 정책이 법적으로 충돌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주택자의 투기적 보유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은 정책적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임대인이 실제 혜택을 받는지는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안심신탁은 소득·자산 제한 없이 일반 임대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전한 전세’만이 아니다
전세사기 이후 전세금 안전성은 분명 중요한 주거안정의 조건이다. 특히 비아파트 임대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안전한 전세 공급을 회복하는 것은 정책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안심신탁으로 주택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월세주택이 전세주택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도를 ‘주택공급 확대’ 또는 포괄적인 ‘주거안정 대책’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전세금 안전망이자 월세의 전세 전환을 유도하는 임대차 금융정책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실제 공급되는 주택이 어떤 유형인지, 혜택이 세입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임대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이 부담하는 비용과 위험은 얼마인지를 따져야 한다.
정부는 9월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10월 신청, 11월 HUG·임대인·임차인의 3자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시범사업에서는 최소한 주택 유형별 참여 현황, 임대인의 보유 주택 수, 세입자의 주거비 절감액, HUG의 운영비와 투자수익·손실, 세제지원 규모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정책 명분이 실제로 국민의 주거안정으로 이어졌는지, 아니면 민간 임대인의 임대수익을 안정시키는 새로운 공공 금융상품에 그쳤는지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