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인 여론조작 및 극우 역사관 주입 논란에 휩싸인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승만·박정희 스쿨)’이 현 정부의 대표 교육 정책인 ‘늘봄학교’ 사업에까지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교육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리박스쿨’은 6·3 대선 기간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방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띄우는 방식으로 인터넷 여론몰이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리박스쿨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으며, 국민의힘과의 조직적 연계 의혹도 제기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혀 무관한 단체”라며 서둘러 선을 긋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단체가 교육부 주관의 공교육 돌봄 사업인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는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늘봄학교에 침투한 리박스쿨, 서울교대와 MOU까지 체결
리박스쿨은 ‘한국늘봄교육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서울교육대학교와 공식 업무협약(MOU)을 맺고, 서울 지역 10개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과 후 돌봄 수업으로 운영됐으며, 리박스쿨 소속 강사들이 현장에 직접 투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서울교대는 협약 해지와 프로그램 중단을 검토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주도하고 약 1조 8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전 검증 부실과 정치편향 단체에 대한 행정 지원에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만원, 최승노 등 강사진…“공교육에 극우사관 침투” 우려
리박스쿨은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문강사 양성기관”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선거학교’, ‘사이버 댓글전 실습’ 등 정치활동 중심의 커리큘럼도 운영 중이다. 부설기관으로는 ‘디지털플랫폼연구소’를 두고 사이버 여론전과 관련된 활동도 명시돼 있다.
강사진은 더 큰 충격을 안겼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실형을 선고받은 극우 인사 지만원 씨, 자유기업원 최승노 원장, 김재동 목사 등 대표적인 극우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다수는 공공연히 반(反)학생인권, 반노조, 친독재 미화 사관을 주장해온 인물들이다.
이주호 권한대행 ‘관리 부실’ 책임 피하기 어려워
정치권에서는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참여와 관련해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겸 교육부 장관)의 책임론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권한대행이 늘봄학교 사업을 직접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교육행정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활용된 셈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공교육 시스템이 정치적 극단주의 세력의 훈련장으로 전락했다면, 이는 단순한 관리 실수 수준을 넘어선 헌정질서 위협”이라며, 이주호 권한대행의 사퇴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늘봄학교 본질 흔들리나…13시간 돌봄의 그림자
늘봄학교는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된 교육부 핵심 사업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 외 시간(오전 7시~오후 8시) 동안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정서 발달 우려, ▲돌봄 노동의 과도한 책임 전가, ▲정치 성향 단체의 침투 가능성 등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번 리박스쿨 사태로 인해 늘봄학교 전체의 신뢰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사업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