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의 미래’인가, ‘갈등의 불씨’인가…제명 청원까지 번진 이준석의 정치
    • 2025년 제21대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향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 
      지난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준석 의원 제명 청원’이 이틀 만에 15만 명을 넘기며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초과한 것이다. 정계 최연소 당 대표에서 대선 완주 후보까지 오른 이 의원의 급부상은 화제였지만, 그가 던진 발언과 그로 인해 발생한 후폭풍은 정치권 안팎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젓가락 발언", 단순한 실언인가 의도된 자극인가

      이준석 의원을 향한 분노의 뇌관은 지난 5월 27일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터졌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아들의 과거 성희롱성 발언을 문제 삼는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를 원색적으로 묘사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그게 여성 혐오가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이미 시청자 다수가 불쾌함을 표했고, 그 표현 방식은 언어적 성폭력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전 연령층이 시청하는 대선 방송에서 ‘정치적 풍자’라는 미명 아래 허용된 수위를 넘어선 이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로 포장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청원인은 “공적 자리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연상시키는 표현은 국회의원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조차 위반한 것”이라며 헌법 46조와 국회법 위반 혐의를 주장했다.

      제명 청원, 우발 아닌 축적된 불만의 결과

      이 청원이 단순한 실언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치부되기엔 무게가 크다. 국회 윤리위에는 벌써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의원 21명이 이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고, 국회 제명 사례가 유일하게 1979년 김영삼 전 대통령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로 이번 제명 요구는 ‘표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준석 의원이 정치적으로 그간 쌓아온 이미지, 그리고 대중과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대선 패배와 단일화 논란

      보수 진영 일부에서는 이준석 의원의 단일화 거부가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 단순 합산이긴 하지만 이 의원(8.34%)과 김문수 전 후보(41.15%)의 득표율을 합치면 49.49%로, 이재명 대통령(49.42%)보다 근소하게 높다는 계산이다.

      우익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준석은 단일화를 무산시키며 대선 패배의 1등 공신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보수 진영 전체를 희생시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내부에서도 갈라지는 보수…‘이준석 책임론’과 ‘희생양론’

      물론 이 의원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보수를 참칭한 레밍 집단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그나마 남아있는 희망이 이준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보수의 분열을 상징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조차 “김문수로는 못 이겼다. 차라리 이준석이 단일 후보였어야 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갈등의 상징’이 되어가는 정치인

      이준석 의원은 논란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기억하겠다”며 강한 저항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가 던진 말 한마디, 단일화를 거부하며 밀어붙인 대선 출마는 정작 자신이 꿈꾸던 보수의 재편이 아닌 분열과 비난만을 낳았다.

      ‘보수의 미래’로 불리던 청년 정치인은 지금 ‘보수의 분열’과 ‘언어폭력의 상징’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서게 됐다. 그는 과연 이 거센 여론을 반등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정치적 추락 사례로 기록될까.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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