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시민 상대 '소송비용 담보' 요구… 사법 시스템까지 동원한 방어?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을 상대로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 시민 105명에게 소송비용을 담보하라며 법원에 신청서를 낸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시민들이 ‘불법 계엄령 준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이유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들이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소송비용을 미리 보전하라”는 취지의 이례적인 방어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법적으로 허용된 절차이지만, 국민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은 공익적 성격의 소송을 상대로 피고가 '위축 효과'를 노리는 법적 수단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지가 크다.

      법적으로는 가능, 정치적으로는 위협?

      ‘소송비용 담보제공’ 제도는 주로 외국인이나 자산이 불명확한 원고, 혹은 명백한 악의가 의심되는 소송에 대해 피고가 방어 차원에서 요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다르다. 소송의 본질은 시민들이 “헌법상 권리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 측은 마치 이들이 무분별하게 소송을 남용하고 있는 것처럼 포지셔닝했다.

      사건을 맡은 이금규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 중대한 위헌 행위”라며 “이번 소송은 향후 권력의 자의적 통치를 견제하는 하나의 사법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이 제기한 헌법소송을 '위험부담'으로 되갚다

      정치적 맥락에서 보면 이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청구가 아니다. 2023년 말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12·3 계엄 문건'은 윤석열 정부 당시 군·경·정보기관의 일사불란한 비상계엄 시나리오를 담고 있어 헌정질서 파괴 시도라는 중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법적 권리를 행사했다며 되레 원고에게 금전적 부담을 떠안기려 한 것이다. 이는 ‘법적 방어’라기보단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사법시스템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사건의 1차 변론은 6월 27일로 예정되어 있다. 법원이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시민 원고들은 금전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재판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시민의 문제 제기는 사법 절차 외곽에서 묻히게 된다.

      법원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소장 남용'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과 시민의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이례적 사안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가 이번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민의 위헌 소송에 소송비용 담보로 맞선 것은 단순한 법적 방어를 넘어,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법의 형식 아래서 제약하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 정치와 사법, 시민과 권력의 균형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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