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효과] 제주 택시 QR결제, ‘스마트’가 진짜 똑똑해지려면
    • 제주도가 또 한 번 교통 혁신의 실험대에 섰다. 오는 6월까지 도내 3,300여 대 개인택시에 QR 기반 비대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하반기에는 일반택시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국 최초다. 스마트한 교통 환경 구축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 도입’이 ‘생활 개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QR결제 시스템 자체는 새롭지 않다. 이미 음식점, 마트, 심지어 길거리 포장마차까지 QR을 활용한 결제가 일상화된 시대다. 택시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제야 도입된다는 사실이 조금 늦은 감도 있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반갑지 않다는 건 아니다. 특히 현금이나 실물카드 없이 휴대전화 하나로 결제가 가능한 구조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꽤 매력적이다. 제주라는 ‘관광 1번지’ 입장에서 보면 적절한 방향 설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
      지금 QR결제를 적용하는 택시의 주 이용층은 누구인가? 
      은퇴 후 택시 운전대를 잡은 고령의 기사들, 여전히 현금이나 카드를 선호하는 중장년층 도민, 디지털 전환에 능숙하지 않은 내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 
      비대면, 간편결제라는 이름의 기술이 ‘불편한 친절함’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그 간극을 좁히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번 시스템 도입에 대해 도는 결제패드 설치비의 90%를 지원하며 초기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한다. 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유지보수는 누가 담당할 것인가? 
      QR결제가 안 될 경우 승객과 기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특히 야간이나 외곽 지역처럼 통신 환경이 불안정한 곳에서의 결제 오류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는가?

      ‘스마트한 교통’이란 단순히 결제 수단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고, 현장을 존중해야 진짜 똑똑해진다.

      기술은 앞서가도 정책은 늘 조율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사용자는 천천히 적응한다. 
      이번 QR결제 도입이 단기적 실적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제주형 모빌리티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운전석 뒤’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제주 택시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방향은 옳다. 이제 중요한 건 속도보다 ‘사람 중심의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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