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로 끝나선 안 된다…장애인·유아차 이동권, ‘실효성’이 관건
    • 서울 지하철 全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완료
    • 서울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완료되면서, 서울시는 ‘전국 최초 1역사 1동선’ 시대가 열렸다고 자평했다.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계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물리적 연결이 전면 구축됐다는 점에서, 장애인·고령자·유아차 이용 시민의 이동권 보장에 있어 분명한 진전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특히 기존 지하철 역사 상당수가 교통약자 개념이 희박했던 1970~80년대에 건설돼, 깊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던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이제서야 시작된 정상화’에 가깝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보호자, 무릎이 불편한 노년층에게 지하철의 깊은 계단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이동권은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가 아니라, 실제 동선이 얼마나 짧고 안전하며 직관적인지로 평가돼야 한다. 서울시 역시 이를 의식해 ‘전 역사 10분 내 환승’이라는 2단계 계획을 내놓았다. 환승을 위해 지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 구조,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한참을 우회해야 하는 동선은 교통약자에게 또 다른 차별로 작용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환승 개선 사업은 각별한 점검이 필요하다. 마곡지구에서 선보였던 짧은 무빙워크처럼,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시설이 반복된다면 이는 행정 성과를 위한 전시물에 불과하다. 교통약자의 이동을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구조물은 세금 낭비이자 또 다른 좌절을 남길 뿐이다.

       걸러도 6초면 걷는 거리에 설치한 11미터짜리 무빙워크
      서울 강서구 마곡역~마곡나루역을 잇는 지하보행로에 설치된 약 5m 길이의 무빙워크, 걸어도 6초면 되는 거리이다. 대표적인 탁상행정의 모습이다.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강행했다고 하면 다 면책이 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연속성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시 긴 계단이나 복잡한 통로를 만나게 된다면, 이동권은 여전히 중간에서 끊긴다. 특히 유아차 이용자의 경우 휠체어와 달리 보조 인력 지원을 받기 어려운 만큼, 동선 설계의 세심함이 더욱 중요하다.

      서울 지하철은 하루 평균 700만 명이 이용하는 도시의 기본 인프라다. 이 공간이 ‘건강한 성인 남성 보행자’를 기준으로 설계돼 온 오랜 관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번 엘리베이터 설치 완료는 그 출발선에 불과하다. 이제 행정의 평가는 홍보 문구가 아니라, 장애인과 유아가 막힘없이 이동하는 실제 풍경으로 이뤄져야 한다. 탁상 위 도면이 아니라, 현장의 발걸음이 기준이 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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