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량제 30주년, 쓰레기봉투는 얼마나 진화했나
    • 성남·당진 사례로 본 마포의 과제
    • 1995년 도입된 종량제 봉투 제도가 2025년 30주년을 맞았다. 
      ‘버린 만큼 부담한다’는 원칙은 한국의 폐기물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꿨지만, 봉투 자체는 여전히 30년 전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성남시와 당진시가 종량제 봉투를 정보 전달과 행정 설계의 도구로 재해석하며 주목받는 이유다. 종량제 30년을 맞은 지금, 마포구 역시 소각장 논쟁을 넘어 ‘봉투는 얼마나 시민 친화적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디자인으로 행동을 바꾼 성남시

      성남시는 종량제 봉투를 ‘환경 메시지 매체’로 재설계한 대표 사례다. 
      봉투에는 규격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수치와 그림으로 표시돼,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곧 탄소 배출과 연결돼 있음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배출 금지 품목 역시 글자가 아닌 그림문자로 시각화해 노년층과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영어와 중국어 병기, 손잡이형 구조 역시 실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설계다.

      성남시의 종량제봉투  출처 성남시 홈페이지
      성남시의 종량제봉투 - 출처 성남시 홈페이지

      성남시의 종량제 봉투 종류  출처 성남시 홈페이지
      성남시의 종량제 봉투 종류 - 출처 성남시 홈페이지

      이 디자인은 특허 등록을 거쳐 타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되며 확산되고 있다. 성남시는 종량제 봉투를 ‘각 지자체가 각자 만드는 소모품’이 아니라, 공공정책의 표준 모델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진시, 단속보다 ‘이해’를 선택하다

      당진시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산업도시라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언어 장벽으로 인한 분리배출 오류가 반복되자, 단속과 과태료 강화 대신 안내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접근을 택했다. 종량제 봉투와 배출 안내에 다국어 설명과 그림 안내를 강화해, 외국인을 행정의 관리 대상이 아닌 ‘정책 사용자’로 설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진시 종량제 봉투 외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출처  당진시 홈페이지
      당진시 종량제 봉투. 외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출처 - 당진시 홈페이지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충북 단양군의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단양군은 외국인 관광객과 다문화 주민 증가에 따라 종량제 봉투에 외국어 병기를 도입하기로 하고, 2026년 전면 적용을 목표로 영문 안내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를 ‘한국어 전용 제도’로 두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단양군의 종량제 봉투  출처 단양군 홈페이지
      단양군의 소각용 쓰레기 봉투. 한글, 영어가 병기되어있다 - 출처 단양군 홈페이지

      마포구, 적용 가능성은 충분하다

      마포구는 이미 생활폐기물 정책에서 실험적 성격이 강한 지역이다. 소각량 감축을 목표로 한 정책, 재활용품 직접 반납 방식, ‘소각 제로가게’ 등은 제도 설계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종량제 봉투는 여전히 전국 공통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남·당진 사례를 마포에 적용하려면 세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봉투 디자인의 정책화다. 배출 금지 품목 시각화, 환경 부담 정보 표시는 소각장 갈등 국면에서 행정의 설득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둘째, 외국인 생활권을 고려한 언어 병기다. 홍대·합정·연남 일대는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 비중이 높아, 외국어 병기는 계도가 아닌 필수에 가깝다.
      셋째, 단속 이전의 이해 구조 설계다. 봉투 자체에 정책 메시지를 담는 것은 반복적인 홍보와 단속 비용을 줄이면서도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종량제 30년, 다음 단계는 ‘설계’

      종량제 봉투는 가장 일상적인 행정이자, 시민이 가장 자주 접하는 정책이다. 30년 전 종량제가 ‘양의 통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이해 가능한 배출’로 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소각장 하나를 둘러싼 갈등보다, 매일 손에 쥐는 봉투 하나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 종량제 30주년은 제도의 연장이 아니라, 봉투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다시 묻는 시점이다. 마포구의 선택 역시 그 질문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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