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만명에게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역사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대한교원조합(대한교조)의 발언과 행보가 논란을 낳고 있다. ‘건국대통령’, ‘부국대통령’이라는 수사 아래 숨겨진 이 프로그램의 본질은 정치적 역사 미화, 그리고 교실을 통한 이념 전파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치 편향 막겠다’던 단체의 역사 미화
대한교조는 스스로를 ‘좌편향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주장하는 보수 교원단체다. 그러나 조윤희 대한교조 위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극단적 정치 편향의 반사 이미지를 드러낸다. 2023년 10월, 조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청소년 1만명에게 이승만과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역사교육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조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쿠데타인 5·16을 “혁명의 날”이라 규정하며 “부국의 디딤돌”이라 주장해왔다. 하지만 5·16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 판단은 ‘헌정 질서 파괴’인 군사쿠데타다. 대법원은 2011년 판결에서 이를 명확히 했고, 현행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역시 ‘쿠데타’로 기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고교 사회 교사가 공개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 교육의 중립성과 법적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리박스쿨과의 유착, 교실을 통한 ‘이념 유통망’ 우려
이 단체는 극우 성향 역사교육 단체인 ‘리박스쿨’과도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다. 양측은 협력단체 관계로 알려졌으며, 공동 행사, 교재 출판, 교육 기획 등 다방면에서 협업해 왔다. 특히 지난해 9월 대안교과서 출판 기념회에서 두 단체 대표가 서로를 “동고동락한 사이”로 표현한 것은, 역사교육의 자율성과 학문적 객관성이 사실상 특정 정치 노선에 종속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리박스쿨은 늘봄학교 등 공교육 프로그램에 침투하며 “극우 역사관을 교육 현장에 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한교조가 이런 단체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공교육이 정치 실험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스스로 무너뜨린 ‘정치 편향 반대’의 명분
대한교조는 과거 줄곧 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원단체에 대해 “정치 편향이 심하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자신들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은 역사적 사실을 교묘히 재구성하거나 무시하면서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한 미화로 일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반대, 정치편향 금지를 외치던 대한교조가 스스로 정치적 미화 교육을 시도한 건 자기모순”이라며 “교육계가 정쟁의 연장선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인가, 조직적 역사왜곡인가
조 위원장은 해당 발언이 “미화가 아닌 객관적 교육”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승만·박정희를 ‘건국·부국’의 신화로 정형화하고, 대법원 판결과 교과서 기술까지 무시한 교육 기획이 어떻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조 위원장은 “박정희 재단 요청으로 글을 썼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교육 콘텐츠를 제작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교사는 교육의 정치화로부터 학생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존재다. 그러나 대한교조는 오히려 정치 이념의 유통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평가 역시 학문적으로 논의될 수 있지만, 교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검증되지 않은 자료로 이뤄지는 미화는 '교육'이 아니라 '선동'에 가깝다.
대한교조의 이념적 역사교육 시도는 단순한 논란을 넘어, 공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신뢰를 흔드는 심각한 도전이다. 교육당국의 엄정한 기준과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