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효과] 6월 1일 밤 11시 20분 대격돌 예고
    • 6월 1일 밤 11시 20분 대격돌 예고한 가운데 조기대선과 졉치면서 마포구 지역에서는 큰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마포자원회수시설(이하 마포소각장)의 공동이용 협약을 연장하며 내세운 논리는 단순하다. "우리는 법대로 했다. 협의는 요청했고, 답이 없었으니 연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대로’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행정의 정당성을 감추는 방패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소각장 연장 사태가 딱 그렇다.

      서울시는 마포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용산·종로·서대문·중구)와 협약을 체결하며, “집 안의 5개 방 중 4개가 동의했으니 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권민 기후환경본부장의 “마포는 세입자, 서울시가 집주인”이라는 발언은 이 갈등의 구조를 한눈에 드러낸다. 집주인은 서울시이고, 자치구는 방을 나눠 쓰는 임차인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정작 그 '집' 안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존재는 어디 있는가. 서울시가 말하는 ‘집’은 물리적인 소각시설을 뜻할 뿐, 그 집이 어떤 동네에 위치하고 있는지, 누구의 일상과 공기와 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마포구는 지난 20년 동안 소각장의 ‘실질적 수용지’ 역할을 해왔다. 쓰레기차가 내달리는 소리, 소각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그로 인한 실질적 불안감은 주민들의 몫이었다. 200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돈이 주민들의 삶의 질이나 건강권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마포구의 “돈을 반납하겠다”는 반발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서울시가 주민과의 대화를 철저히 생략한 채 수치를 앞세운 ‘행정적 밀어붙이기’에 대한 반감이다.

      서울시는 협의를 시도했으며, 마포구가 스스로 불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 협의가 진정성을 갖춘 대화였는지는 의문이다. 5번 공문을 보냈고, 4번 방문했다고 해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협의란 단지 문서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조건과 입장을 조율하는 상호작용이다. 서울시의 협의는 마포구에 선택권을 준 것이 아니라, 거부해도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더욱이 서울시는 다른 소각장(양천·노원·강남)은 이미 ‘폐쇄 시까지 이용’ 협약을 맺고 있다며 형평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형평성이란 형식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각 지역의 주민 여건, 시설의 위치, 수용 기간, 주민 갈등 수준 등 ‘정황적 형평성’까지 감안해야 한다. 다른 지역이 했으니 마포도 하라는 논리는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다.

      이제 서울시와 마포구의 갈등은 단순한 행정 협약 문제가 아니다. 이 사태는 지방자치와 환경 정의, 그리고 시민참여의 본질적 가치를 시험하는 중이다. 서울시가 마포구 주민을 ‘세입자’로 본 순간, 소각장 문제는 이미 협의의 선을 넘었다. 집주인은 서울시가 아니다. 진짜 집주인은 그곳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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