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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작성한 일명 계엄 노트 |
오늘 아침, 나는 다시 그 노트를 펼쳤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날 때까지 나는 모든 사건을 타임라인별로, 내란 가담자별로, 권력기관별로 기록했다.
그 노트는 단순한 메모장이 아니다. 매일 쏟아지는 기사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하나의 진실에 다가갔다. 이 나라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시민의 의지’로 완전히 작동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젯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탄핵안 상정 직후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예상대로라면 그는 한덕수 총리의 뒤를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어야 했지만, 그는 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 나라가 나에게 준 혜택’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이 나라가 이제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감했을 뿐이다.
나는 매일 국가기관의 말과 행동 사이의 틈을 들여다봤다. 말이 앞서고, 책임은 뒷전으로 밀렸다. 엘리트들은 ‘공복’이 아니라 ‘면책 특권자’로 자처했다. 그들은 몰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도망쳤다.
이제 국민은 묻는다.
“원래 이 나라는 누가 지켰던가?”
나는 그 질문을 노트에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답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이 내란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이 사태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다음 내란’의 성격이 바뀔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는, 같은 죄를 반복한다. 나는 그 기록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