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일 택배 멈춤” 논란… 기본권으로서 ‘참정권 보장’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나
    • 다가오는 6월 3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택배 업계가 이날 배송 업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사실상 ‘택배 없는 날’이 현실화됐다. 택배 기사들의 참정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무게를 실은 결정이지만, 그 이면엔 소비자 불편과 물류 과부하, 노동강도 심화라는 또 다른 갈등이 숨어 있다.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일,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쿠팡 등 주요 택배사들이 일제히 배송을 멈춘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선거일 휴무를 단행한 것은 ‘참정권 보장’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택배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은 그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주 7일 운영되는 배송 체계 속에서 다수의 택배 기사들은 투표소에 가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투표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이자 의무인데, 현실은 ‘배송에 밀려’ 행사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택배 없는 선거일’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실제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주권주의의 핵심 실현 수단으로 간주된다. 선거 당일의 노동 강도, 시간 압박 등으로 투표권이 제한된다면 이는 헌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치권 역시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택배 노동자의 참정권은 타협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며 휴무 결정을 지지했고, 여론 역시 일정 부분 힘을 보탰다.

      하지만 택배 없는 하루는 고스란히 그 다음날의 노동강도로 돌아온다. 평균 하루 1600만 건을 넘는 택배 물동량이 하루 밀리면, 그 여파는 수일간 이어진다. 일부 기사들은 “하루 쉬고 나면 다음날 새벽 출근에 야근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라며 **‘휴식 있는 참정권’이 아닌 ‘고강도 노동 전제의 참정권’**이라고 반발한다.

      소비자 불만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고령층이나 농어촌 등 택배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선 “하루 배송 지연이 생필품 단절로 이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대안적 방안으로 ▲투표 시간대 탄력 근무제 ▲사전투표 장려책 강화 ▲택배기사 자율 선택제 등의 방안도 제시된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무조건 휴무보다는 출근시간을 조정해 투표 시간을 보장하자”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투표는 단 하루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택배 없는 날은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그러나 그 하루가 누구에겐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면, 참정권과 노동권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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