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설명을 원했다.
왜 소각장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지, 은평구와의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기존 협약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었다.
그런데 9월 16일 상암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는 소각장 문제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하루 전인 15일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소각장과 대장홍대선, 강북횡단선, 삼풍백화점 추모조형물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고, 다음 날 주민설명회에서는 이들 현안을 담당 부서가 차례로 설명했다.
주민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했던 소각장 문제를 충분히 묻고 답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구청장 “신규 소각장·증설·추가 반입 반대”
9월 15일 마포구가 발표한 입장은 비교적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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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마포구청 홈페이지 |
마포구는 신규 소각장 설치 재추진과 기존 시설의 소각용량 증설, 서북3구 외 폐기물 추가 반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마포·은평·서대문 등 서북3구의 폐기물 처리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마포자원회수시설을 개선할 경우 현재의 5개 자치구 공동이용이 아닌 서북3구가 이용하는 체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즉, 구청의 구상은 단순한 ‘소각장 반대’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소각시설의 증설은 막되, 서북3구가 참여하는 새로운 폐기물 처리 협력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민들의 질문이 시작된다.
“지금은 안 들어오는데, 앞으로는?”
16일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핵심 의문 가운데 하나는 은평구 쓰레기 문제였다.
주민들은 “왜 은평구 쓰레기를 가져오려고 하느냐”고 물었고, 현장에서는 현재 은평구 쓰레기가 마포로 반입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현재의 반입 여부만이 아니다.
지금은 들어오지 않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가.
구청은 서북3구 공동협력체계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체계에서 각각의 자치구는 어떤 폐기물을 어디에서 처리하는 것인가.
더 근본적으로는 마포구가 제시하는 공동협력체계가 서울시의 광역 폐기물 처리체계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2025년 협약 변경 당시에도 마포자원회수시설을 서울시가 관리하며, 기존 공동이용 자치구들과 협의를 거쳐 협약기간을 ‘사용 개시 후 20년’에서 ‘시설 폐쇄시까지’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마포구는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서울시는 협약 당사자들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주민들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마포구가 서울시에 요구하는 서북3구 체계가 실제로 성립하려면 어떤 절차와 협약이 필요한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88억 원, 단순한 소송 문제가 아니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문제도 주민들의 의문을 키우는 부분이다.
마포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은평·서대문·마포 3개 구가 공동 출자해 추진한 사업이다. 당초 마포구 부담금은 45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 완전지하화로 사업비가 증가하면서 마포구 부담액이 188억 원까지 늘었다.
그런데 시설은 은평구 단독 명의로 등기됐고, 마포구는 공동소유 또는 188억 원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올해 1월 제기했다. 마포구의회에서 자원순환과장은 소송의 청구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188억 원을 돌려받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당초 서북3구 협력체계는 은평구가 재활용품, 서대문구가 음식물류 폐기물, 마포구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마포구의 설명에 따르면 2025년 은평구가 보내온 운영협약에서는 기존의 ‘협조’라는 표현이 ‘이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고, 마포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현재 소송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이 궁금한 것은 그래서 더 복잡하다.
188억 원 소송 결과가 서북3구 폐기물 처리 협력체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소송에서 마포구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폐기물 처리체계도 달라지는가.
이 부분까지 설명돼야 주민들이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소각장 반대’와 ‘소각장 이후’는 다르다
이번 설명회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여기에 있다.
구청장은 신규 소각장 재추진과 기존 시설의 소각용량 증설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마포자원회수시설 개선 시 서북3구가 이용하는 체계를 서울시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주민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생긴다.
기존 시설의 연한이 끝나면 폐쇄하는 것인가.
시설을 개선한다는 것은 시설을 계속 사용하는 것인가.
서북3구 공동협력체계에서 소각은 어디에서 이뤄지는가.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포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주민설명회에서 현장 참석자들이 전한 구청장의 발언에는 기존 소각시설의 연한이 끝나면 폐쇄하겠다는 취지의 설명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9월 15일 마포구가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구청이 ‘시설 연한 종료 후 폐쇄’와 ‘서북3구 공동협력체계 및 시설 개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양립하는지를 공식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현안 네 가지를 한 시간에
주민들의 또 다른 불만은 설명회의 구성이다.
소각장 문제만 해도 주민들이 확인해야 할 내용이 많다.
그런데 이날 설명회에서는 대장홍대선 DMC역과 강북횡단선 차량기지 문제까지 이어졌다.
구청은 대장홍대선 DMC역 신설을 위해 원인자부담 방식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월드컵공원 지하 강북횡단선 차량기지에는 반대하며 대체 부지를 제안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추모조형물에 대해서도 추모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노을공원 설치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각각 중요한 지역 현안이다.
그러나 중요한 현안이 많다는 것과 한 번의 주민설명회에서 모두 다루는 것이 주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 현장 참석자들에 따르면 의제가 이어지면서 질의응답이 여러 현안에 섞였고, 시간이 부족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설명회가 마무리됐다.
마포구는 11월 다시 주민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설명’이 아니다
이번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단순히 ‘구청장의 소각장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구청장이 신규 소각장과 증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주민들은 구청장이 무엇을 반대하는지만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
현재 소각시설은 언제까지 운영되는가.
연한이 끝나면 정말 폐쇄하는가.
서북3구 공동협력체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과 협약을 의미하는가.
서울시가 관리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에 대해 마포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188억 원 소송과 서북3구 협력체계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리고 서울시가 구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마포구의 다음 대응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주민들의 불안도 줄어든다.
주민설명회는 행정이 결정한 내용을 주민에게 전달하는 자리만은 아니다.
주민들이 왜 설명을 요구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상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현안 발표가 아니다.
자신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소각장 문제에 대해, 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고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다.
11월 다시 마련될 주민과의 대화가 또 한 번의 정책 설명회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협약과 소송, 서울시와의 관계, 향후 폐기물 처리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