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회 구의원 사무실에서는 ‘마포 소나무 가로수,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주민과 구의원, 시민단체가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이지은 마포갑 지역위원장, 장정희·남해석·고병준·차해영·최은하 구의원, 가로수시민연대 최진우 대표, 지역 청년위원, 주민들이 참석해 소나무 식재의 타당성과 행정 과정의 문제점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마포갑 장정희 구의원의 마포대로, 삼개로 일대의 소나무 가로수 식재에 대한 지금까지 진행 상황과 정보공개청구에 결과에 대한 발제로 시작했다.
“도시숲 맞나?”… 그늘 없는 소나무 가로수
참석자들은 도심 환경에서 소나무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포구 가로수 문제에 대해 구의원에게 민원을 제기했던 주민은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는 잎의 솜털로 미세먼지를 잘 흡착하지만, 소나무는 생육 조건이 까다롭고 뿌리가 불안정해 쓰러질 위험이 크다”며 “송화가루 알레르기와 널리 퍼지는 확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안동이 고향이라고 밝힌 주민은 안동지역의 산불원인에 대해 “소나무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 산불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며 “서울처럼 땅속이 콘크리트인 환경에서는 뿌리가 자리를 잡기 어렵고, 오히려 시설물 파손 위험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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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뿌리의 특성상 주변 콘크리트까지 파손시킬 수 있다. |
최진우 대표 “도시숲 취지 퇴색… 위원회부터 재구성해야”
가로수시민연대 최진우 대표는 “마포구의 소나무 가로수 정책은 인천 계양구 바람길숲사례와 유사하다. 계양구도 주민 반발로 결국 활엽수로 되돌렸다”며 “도시숲 조성의 목적은 그늘과 미세먼지 저감, 생태 다양성인데 소나무는 이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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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시민연대 최진우대표가 소나무가로수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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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현재 도시숲 심의위원회는 기술자(시업자)와 전현직 관료 중심으로 꾸려져 있어 주민 의견과 다양한 전문가의 목소리가 배제돼 있다”며 “위원회 구성을 재검토하고 정책 결정 과정의 민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은하 의원 “구의회 본회의서 뒤집혀… 의혹 풀어야”
최은하 마포을 구의원은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를 낱낱이 밝혔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은 도심숲을 조성하라며 처음에는 플라타너스 30그루만 베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마포구는 이를 90그루로 확대했다”며 절차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상암동의 경우 닭발전정으로 그늘을 없앴다는 주민 민원에는 그늘막을 설치해 해결했다"며 “구의회 예결위에서는 반대했지만 본회의에서 백남환 의장과 김승수 의원이 입장을 바꾸면서 소나무 식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정치적 거래로 정책이 뒤집힌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불투명한 예산 집행, “소나무게이트” 논란
배동수 마포구가로수시민연대 대표는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공개하며 “2022년 구청장이 식재를 지시한 뒤, 2023년 7억 원 예산이 편성됐지만 예산이 이월되어 사업이 진행됐다”며 “총 154그루가 심어졌지만 계획 수립부터 공사진행, 감독 사항, 공사 이후 하자보수 관련 정보공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청장이 단순히 소나무를 선호한 것이 아니라, 특정 농장과의 유착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소나무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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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개로의 한 소나무에는 구청장에 대한 감사 문구가 게시 되어 있다. 8월 30일 현재의 모습이다. |
도시숲, 주민과 전문가 목소리 반영해야
이번 논란은 단순한 수종 선택 문제가 아니라 행정 절차와 주민 참여, 도시환경의 지속 가능성 전반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숲 조성의 핵심은 그늘, 미세먼지 저감, 생태 다양성 확대인데, 현재 마포의 소나무 가로수는 이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위원회 구성부터 정책 집행까지 시민과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포구청이 소나무 가로수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