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개하천, 도시가 얻은 ‘도로’와 잃은 ‘하천’
    • 하천 본연의 기능 상실·재해 위험·생태계 붕괴까지…도시화의 그림자
    • 도시의 골목과 도로 위, 그 아래를 흐르는 하천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많은 도심 하천은 이미 지하에 묻혔다. ‘복개하천’이라 불리는 이 구조물은 하상 위에 콘크리트 기둥과 철근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를 덮어, 주로 도로나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다.

      복개는 1970~9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좁은 도심에서 값싸고 손쉽게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당시 불완전한 하수도 체계 속에서 오염과 악취가 심했던 하천을 ‘덮어버리는’ 것이 합리적 대안으로 여겨졌다. 토지보상비와 별도의 하수관 매설 비용까지 절감되니, 하천 위에 도로를 만드는 것은 개발 시대의 상징적 해법이었다.
      그러나 도시가 얻은 것은 ‘도로’였지만, 잃은 것은 ‘하천’이었다.

      하천 기능 상실과 재해 취약성
      복개는 하천의 핵심 기능인 치수(홍수 예방), 이수(물 이용), 친수(수변 공간 활용)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구조물로 인해 하천의 통수 단면이 줄어 폭우 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고, 저지대 침수 위험이 커진다. 특히 쓰레기나 토사, 유목이 하천 내부에 쌓이면 유속이 막혀 범람 피해를 가중시킨다.

      유지관리 사각지대
      복개된 하천은 접근이 어려워 내부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기 힘들다. 관거 파손, 오수 누출, 퇴적물 축적, 불법 폐기물 투기 등이 장기간 방치되기 쉽다. 여기에 혐기성 분해로 발생하는 유해가스와 악취가 시민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상수도나 도시가스관 등 기반시설을 설치·수리하는 작업도 까다로워진다.

      생태계 붕괴와 시민 정서 훼손
      복개구조물 아래는 햇빛과 산소가 차단돼 생물이 살 수 없다. 하천의 자정능력은 물속 미생물·수생식물·어류가 함께 만드는 생태계에서 비롯되지만, 복개하천에서는 이 기능이 사실상 사라진다.
      또한 하천이 사라진 도심은 삭막한 경관으로 변하며, 시민들이 물과 자연을 접할 기회마저 잃는다.

      폭우와 복개하천의 위험
      지난 7월 17일부터 사흘간, 8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광주광역시를 강타한 극한 호우 피해의 상당 부분이 복개 하천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는 도시화 과정에서 자동차 통행 편의를 위해 하천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은 것이 자연스러운 물길을 막아, 집중호우 시 도시 홍수로 이어진 결과다.
      특히 북구청에서 신안교까지 이어진 침수 피해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자연의 흐름을 억제할 때 나타나는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우가 아니라 도시 설계와 하천 관리의 경고로 볼 수 있다.
      7월 17일 호우 상황출처광주시 북구청 홈페이지
      7월 17일 호우 상황-출처-광주시 북구청 홈페이지

      8월 3일 호우 상황출처 광주시 북구청 홈페이지
      8월 3일 호우 상황-출처- 광주시 북구청 홈페이지
      광주 도심에는 15곳의 복개 하천이 있는데, 광주천을 제외한 대부분 소하천이 콘크리트로 덮였다. 특히 15개 중 14곳은 콘크리트 박스형 구조여서, 좁은 물길로 인해 집중호우 시 병목 현상과 배수 능력 저하가 심각하다.

      복원의 흐름
      최근 들어 청계천 복원 성공에 환경·안전·경관의 가치가 재조명되며 복개하천을 되살리는 ‘하천 복원’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복개하천의 복원은 단순한 자연 회복을 넘어,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이라는 중요한 과제와 연결된다. 광주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복개하천의 관리는 단순한 도시 기반시설 문제가 아니라 재해 예방과 시민 안전, 생태 복원과 직결된다.
      복개 하천은 폭우뿐 아니라 폭염에도 취약하다. 구도심 내 저수지와 하천이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도심의 자연 냉각 기능이 사라졌다. 생태 하천과 저수지는 도심 온도를 낮추는 자연 냉각기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복개 하천을 생태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 전략이자 생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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