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선도해 온 '기본소득 실험'이 정책의 변곡점에 서고 있다. 대표적인 복지정책인 청년기본소득이 최근 고양시와 성남시에서 폐지되면서 기본소득의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농촌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보편 복지 모델도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두 제도의 구조와 효과, 그리고 한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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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신청할 수 있는 잡아바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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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기본소득, 고양시·성남시 철회…예산인가, 의지인가
2019년 도입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 원(분기당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제도다. 신청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최근 3년 이상 또는 합산 10년 이상 경기도에 거주한 청년이라면 소득이나 자산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해당 사업은 경기도가 70%, 시·군이 30%의 재정을 분담해 운영된다.
하지만 2025년 기준, 고양시와 성남시는 사업을 중단했다. 고양시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성남시는 2024년부터 이미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지호 대변인은 지난 7월 31일 국회 브리핑에서 두 지자체의 결정을 “청년 복지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양시와 성남시는 재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원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 김지호 대변인 (2025.07.31, 국회 기자회견)
현재 경기도 31개 시군 중 29곳은 여전히 해당 제도에 참여 중이다. 예산 부담을 이유로 청년기본소득을 단절하는 것은 "형평성과 지역 간 복지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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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기본소득, 마을 단위 실험이 보여준 가능성
경기도는 2021년부터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대표 지역은 양평군 용문면 도곡리로, 해당 마을 주민 전원에게 월 1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지급 기간은 최대 5년이며, 주민총회를 통해 자발적으로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실험은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공동체 해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는 정책이다. 행정 중심이 아닌 공동체 주도형 복지 실험이라는 점에서 학계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실제로 공동체 유대감 회복, 마을 가게 매출 증가 등의 긍정적 효과가 보고됐다.
■ 기본소득이 남긴 성과와 과제
그간 기본소득 실험이 남긴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기본소득 수혜자 중 70% 이상이 삶의 만족도와 안정감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구직 의욕, 창업 준비, 자기계발 등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지역화폐 사용은 지역 상권에 직접적인 소비 효과를 불러왔다.
농촌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마을 회의, 공동체 운영 등 주민 간 관계 회복은 정책의 부수적이지만 중요한 효과다. 정량적 성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공동체의 회복력이 실험을 통해 가시화된 것이다.
하지만 재정 지속 가능성은 최대의 숙제다. 청년기본소득만 하더라도 연간 예산은 수천억 원에 이른다. 이를 전국 단위로 확장할 경우 수십조 원대 재정이 필요하다.
■ 복지 실험에서 제도화로…전환기의 갈림길
경기도의 기본소득 실험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특히 대상별 특화된 현금복지는 청년, 농촌 등 기존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재원 조달과 정치적 의지,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실험은 그저 ‘일회성 시혜정책’으로 끝날 수도 있다.
청년기본소득을 폐지한 고양시와 성남시 사례는 이 정책이 얼마나 취약한 제도적 기반 위에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복지 확대와 재정 건전성 사이, 실험성과 제도화 사이에서 기본소득은 지금도 시험대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