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흔들리는 가운데, 구글이 발표한 새로운 AI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가 반도체주 급락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기술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터보퀀트(TurboQuant)는 구글 리서치가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용 'KV 캐시(Key-Value Cache) 압축 기술'이다. AI가 대화를 이어갈 때 과거의 맥락을 기억하기 위해 사용하는 메모리 공간을 비약적으로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말한다.
터보퀀트가 시장에 충격을 준 이유는 압도적인 효율성 때문이다. 구글에 따르면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방식 대비 메모리 사용량은 최대 6배까지 줄이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는 8배가량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하드웨어(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소프트웨어 기술로 극복했다는 점에서는 혁신적이나,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로 해석된다. 동일한 성능의 AI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구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수요 절벽' 우려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주는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와 공급망 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태다.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구글의 이번 발표는 'AI 거품론'과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전망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라는 거시 경제적 악재 속에 '기술적 수요 감소'라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시되자 시장이 평소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매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터보퀀트 같은 기술이 AI 서비스 운영 비용을 낮춰 오히려 AI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메모리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계심이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