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모 라바란스 (Homo labolans)
    • 호모 라바란스(Homo laborans)는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저서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생존을 위해 반복적인 노동에 종속된 인간상을 의미한다. 라틴어로 ‘노동하는 인간’을 뜻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로 구분했는데, 이 가운데 노동은 먹고살기 위한 필수적 행위로서 끝없이 반복되며 결과가 축적되지 않는 활동을 가리킨다. 호모 라바란스는 바로 이 노동의 영역에 머무는 인간을 지칭한다.

      노동의 특징은 명확하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수행을 멈추는 순간 다시 결핍 상태로 돌아간다. 식량 생산과 소비, 임금노동, 생계 유지를 위한 일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집을 짓거나 제도를 만드는 작업은 지속 가능한 결과물을 남기며, 토론과 정치 참여 같은 행위는 공적 영역에서 인간의 자유와 다원성을 실현하는 활동으로 구분된다.

      아렌트는 현대 사회가 점차 인간을 행위하는 시민이 아니라 노동하고 소비하는 존재, 즉 호모 라바란스로 환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생존의 압박이 커질수록 개인은 공적 문제에 개입할 여유를 잃고, 정치·사회적 판단보다는 당장의 생계 유지에 몰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오늘날 과로 사회, 플랫폼 노동, 정치적 무력감, 공공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설명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정치나 환경은 사치”라는 인식 역시 호모 라바란스적 조건에서 형성된 태도로 해석된다.

      아렌트의 문제의식은 단순한 노동 비판이 아니다. 그는 노동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이 오직 노동으로만 정의되는 상태를 경고했다. 호모 라바란스 개념은 현대 사회가 인간에게서 사유하고 참여할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박탈하고 있는가를 되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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