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두고 지방의원 정수와 선거구를 확정하는 법안을 처리하면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특례 입법’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도적 준비 부족이 매번 임시방편식 입법으로 이어지며 선거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6일 ‘반복되는 예외상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 역시 선거 직전 급박하게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회는 지난 4월 18일 새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입법 시한에 맞춰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고, 이후에도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정수 조정을 위한 추가 개정을 잇달아 단행했다.
이 같은 ‘막판 입법’은 예고된 문제였다는 평가다. 제22대 국회 들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이 지연된 데다, 인구 변동으로 선거구 획정의 난도가 높아졌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시간에 쫓겨 처리되면서 여러 한계가 노출됐다는 것이다.
‘특례’로 버티는 선거제도…위헌 논란 지속
더 큰 문제는 법적 기준이 있음에도 매번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8년 지방의원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50%(최대 3:1)로 제한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이 기준을 벗어난 선거구가 다수 포함됐다. 국회가 도서·산간·농어촌 등 지역을 이유로 기준을 완화하는 특례를 다시 도입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식이 사실상 ‘위헌 상태를 임시로 덮는 조치’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선거 때마다 부칙을 통해 예외를 허용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제도적 일관성과 헌법적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비례대표 확대·중선거구제…부분적 진전
다만 이번 개정이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도의회 비례대표 비율은 기존 10%에서 14%로 확대됐고, 제주도의 경우 25%까지 상향됐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3~4인 중선거구제가 처음 도입되고,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다인선거구 시범 지역이 확대됐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위한 5% 득표율 요건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최근 헌재가 국회의원 선거의 3% 기준을 위헌으로 판단한 흐름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제는 구조 개편”…입법 방향 제시
국회입법조사처는 반복되는 혼선을 막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선거구 간 인구편차 기준과 인구 산정 기준일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임의적 해석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
둘째, 중선거구제 확대를 시범이 아닌 제도화 단계로 끌어올려 지방의회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
셋째, 비례대표 저지조항(득표율 기준)을 폐지해 정치적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나아가 지방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이 아닌 지방에 일부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예외 상태’, 정치 책임 논의 불가피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지연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구조의 문제로 읽힌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 인프라인데, 이를 매번 ‘예외 상태’로 운영하는 것은 제도 신뢰 자체를 약화시킨다.
결국 핵심은 정치권의 의지다. 선거 직전까지 이해관계 조정에 시간을 허비하고, 막판 타협으로 제도를 확정하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동일한 논란은 다음 선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례’가 상수가 된 지방선거. 이번에도 드러난 구조적 한계를 정치권이 어떻게 해소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