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민 갈등이 집중된 홍대입구역 위치 조정 문제는 또다시 판단을 미뤘다. 사업 전체의 신속한 추진과 역사 위치를 둘러싼 지역 갈등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취지지만, 대규모 공공교통사업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을 계속 보류하는 것이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남는다.
마포구는 지난 13일 열린 ‘2026년 하반기 도로관리심의회’에서 대장홍대선 109정거장인 상암역과 110정거장인 성산역의 도로관리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굴착공사를 수반하는 두 역의 병행공사가 가능해졌다. 부천시 구간은 이미 공사에 들어갔고 강서구와 양천구도 도로관리심의를 마친 만큼, 마포구 역시 전체 노선의 연계성과 사업 시급성을 고려해 심의를 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장홍대선은 부천 대장신도시와 서울 홍대입구역을 잇는 총연장 20.1㎞의 광역철도로, 총사업비는 약 2조1천억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착공했으며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홍대입구역이다.
마포구는 상반기에 이어 이번 하반기 도로관리심의에서도 111정거장인 홍대입구역 관련 안건을 보류했다.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실시계획 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주민들이 요구해온 역사 위치 조정 문제를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반면 상암역과 성산역은 관련 소송이 해당 역들의 도로관리 사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고 심의를 진행했다.
마포구가 홍대입구역 위치 변경을 요구하는 데에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자체 용역을 통해 현재 예정된 홍대입구역이 홍대 레드로드 인근에 들어설 경우 보행 정체가 심각해지고, 연말·연시나 핼러윈 등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는 보행 안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 과정에서도 소음과 진동, 출입 제한으로 인한 인근 상가 영업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이에 따라 역사 위치를 홍대입구역 사거리 방향으로 변경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공식 요청했다.
DMC역 신설 문제도 별도로 제기하고 있다. DMC역은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환승거점이라는 것이 마포구의 주장이다. 그러나 추가 역 설치에는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붙는다. 마포구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DMC역 신설 등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기서 이번 도로관리심의를 둘러싼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것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대장홍대선은 2조원 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광역교통사업이다. 역의 위치 하나가 달라지면 이용자의 접근성과 환승 편의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보행환경과 상권,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상의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
즉 어떤 지역에는 교통 편익이 커지는 반면, 다른 지역에는 공사에 따른 불편이나 안전 문제 등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홍대입구역의 경우 마포구 스스로도 보행 정체와 상권 피해 가능성을 문제로 제기해왔다.
그렇다면 행정이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히 ‘대장홍대선을 얼마나 빨리 추진할 것인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누가 편익을 얻고, 누가 부담을 지게 되는가. 그리고 그 편익과 부담을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 것인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특히 논란이 큰 지역일수록 행정이 판단을 미루는 것이 반드시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이미 설계와 공사가 진행될 경우, 향후 위치 변경이나 추가적인 대안 마련에 더 큰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포구가 홍대입구역 문제를 보류한 데에는 진행 중인 소송과 실시계획을 둘러싼 법적 절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갈등 회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갈등이 크기 때문에 판단을 미루는 것과, 갈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갈등 조정에 나서는 것은 전혀 다른 행정 방식이다.
마포구가 7월 ‘주민과의 대화’에서 대장홍대선의 신속한 추진과 교통 여건 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를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주민 의견을 들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의견을 어떻게 의사결정에 반영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특히 역사 위치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은 마포구 내부의 판단만으로 끝내기보다, 찬성과 반대 측의 근거를 공개하고 교통·보행·상권·안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대장홍대선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더라도, ‘신속성’이 주민 갈등을 건너뛰는 명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공공교통망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집단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이동권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의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익과 부담 역시 특정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마포구가 상암역과 성산역은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속도를 내면서 홍대입구역은 계속 검토하기로 한 이번 결정은 결국 마포구에 더 큰 과제를 남겼다.
대장홍대선을 빨리 만드는 것과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장홍대선을 만드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어떻게 동시에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주민 편익을 가져오는 구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필요한 교통망도 하루빨리 갖출 수 있도록 행정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 교통의 변화가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마포구가 보여줘야 할 것은 ‘신속 추진’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다. 역사 위치를 둘러싼 갈등을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판단하고, 서로 다른 주민들의 편익과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과정과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