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포구의 소나무 가로수 논란을 보며 문득 서울 중구가 떠올랐다.
사실 소나무 가로수는 마포구가 처음이 아니다. 서울 중구는 이미 2006년부터 기존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를 소나무로 바꾸는 '도심가로수 소나무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중구는 남산의 상징 수종인 소나무를 도심까지 연결해 한국적인 도시경관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2천 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퇴계로와 을지로, 남대문로 등에 식재됐다.
사업은 성공했을까.
경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중구의 소나무 거리는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사계절 푸른 색을 유지하고, 남산과 연결되는 도시 이미지를 형성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보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래의 사진은 2026년 6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를 관통해서 성동구까지 이동하면서 담은 거리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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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 근처 도로는 풍성한 가로수가 도시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듯 그 다음 구간인 을지로 3가역에서 동대문 운동장역까지의 거리는 소나무 가로수로 인해 그늘을 찾아볼 수가 없다. |
서울광장을 지나서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에서부터 신당동까지 거리를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사진 속 중구의 소나무 가로수는 도로를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한여름 보행자를 보호할 만큼의 수관은 형성하지 못한다. 활엽수 가로수 아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색 터널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한 햇볕은 그대로 보도까지 내려온다.
가로수는 원래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도시 가로수의 역할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경관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보행자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여름철 지표면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와 폭염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생활 인프라의 성격도 갖고 있다.
실제로 중구가 소나무 식재를 추진할 당시에도 가로수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소나무가 상징성과 경관성은 뛰어나지만 활엽수에 비해 녹음 형성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년이 지난 지금 중구의 거리는 그 논쟁의 결과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소나무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남산 주변이나 역사·문화적 상징성이 강한 공간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소나무가 일반 가로수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오늘날 서울은 기후위기와 폭염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는 도시경관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보행환경과 열섬현상 완화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 점에서 마포구 소나무 논란 역시 단순히 수종의 문제가 아니다. 중구가 17년 전에 시작했던 실험의 결과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가로수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가로수는 도시를 장식하는 조형물이 아니다.
시민이 매일 걷는 길 위의 공공 인프라다.
그 인프라가 경관을 위한 것인지, 시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답은 결국 한여름 그늘 아래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