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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무엇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가

2026-06-09 12:55 | 입력 : 마포저널

투표용지 한 장부터 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들이 만든 선거

선거가 끝나면 우리는 늘 결과를 이야기한다.

누가 당선됐는지, 누가 낙선했는지, 어느 정당이 승리했는지, 득표율이 몇 퍼센트였는지를 분석한다. 언론도 정치권도 승자와 패자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 남는 질문이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은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권력을 위임하는 가장 중요한 절차가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좋은 꽃이 피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땅을 일구고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는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선거 결과라는 꽃을 바라보는 동안, 그 꽃이 피어나도록 자신의 자리를 지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역설적으로 그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당연한 일이다. 투표권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또 하나 드러난 사실이 있다. 선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흔히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치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선거 현장은 훨씬 복잡하다.

투표소를 설치하는 사람들, 선거인명부를 정리하는 사람들, 새벽부터 투표함을 운반하는 사람들, 유권자를 안내하는 사람들, 밤을 새워 개표를 진행하는 사람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선관위 직원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고, 위촉된 일반 시민이며, 공정성을 감시하는 참관인들이다.

선거는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같다.

선관위는 지휘자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지휘자 혼자서는 연주를 완성할 수 없다. 각자의 악기를 맡은 연주자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악보를 준비하는 사람, 무대를 관리하는 사람, 질서를 유지하는 사람, 그리고 연주를 지켜보는 관객까지 모두가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공연이 완성된다.

민주주의 역시 그렇다.

후보자만으로는 선거가 성립되지 않는다. 유권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선관위, 공무원, 시민 사무원, 참관인, 경찰, 언론 그리고 유권자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선거는 민주주의의 절차로 기능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 오케스트라의 조율이 어긋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현장의 모습이었다. 투표용지 부족을 우려하는 신호는 이미 수시간 전부터 현장에서 보고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시민들의 항의와 불만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투표소에 배치된 공무원과 사무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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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의 책임 인정과 현장 공무원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출처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결정권과 책임의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는 권한을 가진 사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유지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종종 이름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몫이 된다.

우리는 선거가 끝난 뒤 당선인의 이름은 기억한다. 그러나 투표소에서 유권자의 이름을 확인해 주던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개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개표사무원의 이름도,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운 참관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투표를 한 사람도,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도 결국 선거 결과의 영향을 받는다. 세금과 복지, 교육과 환경, 도시계획과 지역의 미래는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승리했는가가 아니다.

그 승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가가 더 중요하다.

투표용지 한 장이 부족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일, 모든 유권자가 차별 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개표 결과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도록 절차를 관리하는 일.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어쩌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람은 국회의원도, 시장도, 대통령도 아닐 수 있다.

선거 당일 새벽 가장 먼저 투표소 문을 연 사람,
유권자의 질문에 답하던 사무원,
개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시민,
그리고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선 평범한 유권자.

그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둥들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이제 우리는 꽃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꽃을 피워낸 뿌리와 토양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민주주의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살아 숨 쉬며, 그 과정을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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