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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도로 싱크홀과 지반침하 사고 예방을 위해 ‘공동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공포했지만, 실질적인 안전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법은 이미 존재했고, 대책도 마련돼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실행 의지와 이행력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해 지하개발이 이루어지는 도로 또는 인접 구간에 대해 정기적인 지반조사를 실시하도록 한 제12조를 신설했다. 지하개발 사업자는 자료를 제출하고, 시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즉각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개정이 시민 안전에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회의적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는 대로변 보도에서 대형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으며 시민 불안은 극에 달했다. 문제는, 해당 사고가 법의 공백 속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시의회는 사고 발생 두 달 전인 1월, 이미 조례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제도는 이미 존재했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실제 조사와 점검, 현장 대응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조례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도시공학 전문가는 “중요한 건 조례 개정이 아니라 그 조례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실행력”이라며 “개정은 정치적 제스처로 보일 수 있으며, 그 안에 실질적 예산·인력·감독 시스템이 포함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하개발 사업자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 조항도 ‘협조 의무’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항 없이 사업자의 자발적 협조에 의존하는 구조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의 '공동조사' 의무화는 분명 한 걸음 전진이지만, 정작 예방을 위한 실천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례 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발을 들여놓고 실행하는 의지와 책임감이다.
이번 명일동 사고는 행정의 ‘면피성 제도화’가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행정 책임을 다한 것처럼 여기는 관성, 조사를 ‘실시했다’는 기록만 남기고 실제 위험에 대응하지 않는 형식주의가 또다시 시민의 안전을 위협했다.
진정한 예방은 종이 위 조례가 아니라, 땅 위에서 실천되는 점검과 조치에 달려 있다. 서울시가 이번 사고를 단순한 ‘불가피한 사고’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법은 이미 있었다. 이제는 실행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