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밖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보호할 시간이다.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배달라이더, 데이터라벨러 등으로 대표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는 이제 더 이상 주변부 노동자가 아니다.
이들은 산업 구조 변화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으며,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제도적 보호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이후 특고 노동자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 조사는 멈춘 상태다.
당시에도 약 230만 명이라는 숫자는 과소 추산으로 평가받았고, 이후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 재편으로 특고는 훨씬 더 확산됐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애매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고, 해당 노동을 규율할 법률이나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법적 사각지대, 이제는 해소해야
이제라도 특고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명확히 포함하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는 별도의 제3의 근로 형태를 법률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7조의 적용 대상 확대도 시급하다.
기존처럼 특정 업종만을 열거(Positive 방식)하는 것이 아니라, 적용 제외 업종만을 명시(Negative 방식)하는 구조로 전환해 보호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는 최근의 다양한 신종 노동형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 중심의 지원체계 필요
특고 노동자들은 각자의 직무 특성상 분산된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기존 고용노동부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이들을 포괄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심의 특고 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서울시나 마포구처럼 노동 기본 조례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노동권 보호 조치를 마련한 선례도 있으며, 직종별 특성에 따라 지방고용노동청과 역할을 조정하거나 중앙정부와 분리하여 수행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
산업안전과 계약 문화의 정비
현장 안전 역시 시급한 과제다. 원청 사용자에게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의 경우 상시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관리자를 배치하도록 한시적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직군·직종별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표준작업 절차(SOP)를 계약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 일부 직군(예: 덤프트럭기사, 화물 운전사 등)에서는 표준계약서가 존재하지만, 배달앱 기사 등 다수 업종에서는 계약서조차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격과 보상, 현실화가 필요하다
노동의 안전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종별 자격증 또는 면허 제도 도입과 정기 교육도 추진되어야 한다. 예컨대, 125cc 이하 오토바이는 자동차 면허로도 배달 업무가 가능한 현재의 제도는 명백한 안전상의 허점이다.
또한, 산재보험 가입 시 적용되는 휴업급여 기준도 현실과 괴리돼 있다. 업종마다 임금 구조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하면 실질적인 생활 보장이 어렵다. 최소한 최저임금과 실제 급여 중 유리한 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화물차 안전운임제처럼 위험 직종에 대한 적정 표준임금제도 확대 도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최저임금제가 아니라, 업무의 위험성과 공공성을 고려한 사회적 보상 체계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더 이상 주변부 노동자가 아니다. 새로운 노동시장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제도적 미비는 곧 사회 전체의 안전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 노동자로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나는 법과 제도가 현실을 얼마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체감해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법과 제도를 업데이트할 정치적 결단이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고 노동자 보호는 곧 미래 노동시장 질서의 기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