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다시 한 번 ‘지방의회법’ 제정안이 제출됐다. 지방의회의 조직과 운영을 「지방자치법」에서 분리해 별도의 독립 법률로 규정하자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방의회의 위상 강화를 위한 법 제정 논의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로 한 의원 30명이 지난해 12월 24일 발의한 이번 「지방의회법안」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발의안은 “지방의회가 지난 35년간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자치 정착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왔음에도, 조직과 운영이 「지방자치법」 일부 조항에만 머물러 전문성과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독립·전문성 강화’가 핵심… 권한은 넓어졌다
법안은 지방의회의 위상을 제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원 이해충돌 사전 등록 의무화, 정당한 사유 없는 회의 불참 시 월정수당 감액, 재난·감염병 상황에서의 원격영상회의 허용 등 운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의회 예산과 인사 영역에서의 독립성이 강조됐다. 의회 경비를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독립 계상’하도록 하고, 단체장이 의회 예산을 감액할 경우 의장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했다. 의원 정수 범위 내에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눈에 띈다. 지방의회가 단순 심의기구를 넘어 집행부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논의와 달리 시민 인식은 ‘냉랭’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강화 논의와 시민들의 인식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한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의원, 구의원 꼭 필요할까요?’라는 글이 게시돼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공감을 얻었다.
작성자는 “국회의원은 얼굴도 알고 사무실도 알지만, 시·구의원은 누군지도 모르겠다”며 “세금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지방의원이 있어 생활이 나아졌다는 체감은 없다”고 적었다. 댓글에서는 “권력욕을 채우는 자리”, “비리 구조를 만드는 온상”, “차라리 봉사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지방의회에 대해서는 “행정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감시하는 기관인 만큼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고 제도를 없애기보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제 역할을 하는 의원을 뽑을 수 있는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붙었다.
왜 논의는 반복되고, 신뢰는 쌓이지 않나
지방의회법 제정 시도가 계속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집행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사·예산 구조, 전문성 부족 논란, ‘거수기’ 비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 역시 그 문제의식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선은 다르다. 지방의회의 권한과 예산을 늘리는 논의는 반복되지만, 그에 상응하는 감시 성과와 생활 변화는 충분히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도 독립이 ‘주민 대표성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권력 확장’으로 비칠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지방의회법 논의가 다시 국회로 올라온 지금, 핵심 쟁점은 단순히 법 제정의 성패에 있지 않다.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제도 강화가 주민의 삶을 어떻게 달라지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득 없이 권한과 구조부터 확장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민 불신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2026년은 지방자치선거가 치러지는 해이자, 출범 2년 차를 맞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띤 시점이다. 벌써부터 지역 정치권에서는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회와 그 역할을 둘러싼 시민들의 인식과 반응은 단순한 여론을 넘어, 향후 지방자치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