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탈석탄동맹(PPCA)’ 공식 합류… 아시아 첫 ‘실질적 감축’ 시계 돌다
    • - 2040년까지 노후 석탄 40기 폐지 확정… 2035 NDC ‘53~61% 감축’ 국제사회 약속 - 싱가포르와 달리 ‘61기 감축’ 부담 안은 결단… 국제사회 “한국이 진정한 시험대” - AI 전력 폭증엔 ‘LNG·원전·재생’ 믹스로 대응… 송전망·지역 전환은 숙제로

      대한민국이 마침내 ‘탈석탄’의 국제적 흐름에 공식 합류했다. 한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고위급 회의에서 ‘탈석탄동맹(PPCA)’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상향하고, 2040년까지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40기를 과감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자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던진 승부수에 회의장은 박수로 화답했다.

      아시아 두 번째?… 내용 뜯어보면 사실상 ‘1호’

      형식상 아시아 첫 PPCA 가입국은 싱가포르다. 하지만 외신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국의 가입을 “아시아 탈석탄의 실질적인 원년”으로 평가한다. 싱가포르는 전력 대부분을 LNG에 의존하며 폐지할 석탄발전소가 ‘0기’인 반면, 한국은 현재 61기의 거대 석탄발전소를 가동 중인 ‘석탄 대국’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현상 유지’를 선언했다면, 한국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약속한 셈이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입 즉시 신규 석탄 건설을 중단하고, 남은 21기 발전소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해 처리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석탄 끈 자리에 무엇이 오나… ‘LNG 징검다리’ 건너 ‘무탄소’로

      가장 큰 우려는 ‘전력 공백’이다. 특히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석탄을 끄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폐지되는 40기의 빈자리는 단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이 높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이 ‘브리지(징검다리)’ 역할을 맡는다.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원전의 기저전원 활용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 ‘무탄소 전원(CFE)’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해 이미 대체 전원 확보 계획을 수립했다”며 전력 안보 우려를 일축했다.

      미국은 ‘조건부’ 합류, 중·일은 ‘마이 웨이’… 3국 3색 계산법

      한국의 PPCA 가입은 복잡한 국제 에너지 정세 속에서 이뤄진 전략적 결단이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서로 다른 행보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기술만 있다면 OK” 
      실리 챙긴 뒤늦은 합류 세계 3위 석탄 보유국 미국은 지난 2023년 뒤늦게 PPCA에 가입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묘수는 ‘조건부 가입’이었다. 단순히 석탄을 끄는 게 아니라, ‘탄소저감장치(CCS)가 없는(Unabated) 석탄발전’의 퇴출을 약속한 것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탄소만 포집할 수 있다면 석탄 발전도 용인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한국의 향후 정책(CCUS 기술 활용)에 중요한 명분을 제공했다.

      ▲일본: “끄는 대신 고쳐 쓴다” 
      암모니아 혼소 올인 G7 중 유일한 미가입국인 일본은 ‘GX(Green Transformation)’를 앞세워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일본은 자원 안보를 이유로 발전소 폐쇄 대신 기존 석탄발전소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방식으로 탄소를 줄이겠다고 버티는 중이다.

      ▲중국: “성장이 먼저” 
      요지부동 최대 석탄 소비국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2060 탄소중립’ 계획 외에는 외부 간섭을 거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가장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전력난 방지를 위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도 멈추지 않는다.

      한국은 선진국 클럽(PPCA)의 기준을 맞췄지만, 정작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값싼 에너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탈석탄은 가야 할 길이지만, 경쟁국보다 높아질 에너지 비용 부담을 어떻게 상쇄할지 정교한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언은 끝났다, 이제 ‘청구서’에 답할 시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한국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후 모범국’의 대열에 섰다. 김성환 장관의 선언은 명쾌했고, 국제사회의 환대는 뜨거웠다. 하지만 벨렝에서의 박수 소리가 잦아들고 나면, 우리는 냉혹한 현실의 청구서와 마주해야 한다.

      ‘2040 탈석탄’은 단순히 발전소 스위치를 내리는 문제가 아니다. 충남 등 석탄 발전 밀집 지역의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정의로운 전환’ 대책은 아직 밑그림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를 3배 늘리겠다고 했지만,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전력계통) 확충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AI 산업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면서 탄소도 줄여야 하는 고차방정식까지 풀어야 한다.

      미국은 ‘기술(CCUS)’이라는 뒷문을 열어두고 가입했고, 일본은 욕을 먹더라도 ‘실리(에너지 안보)’를 택하며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선택이 무모한 도박이 아닌 대담한 혁신이 되려면, 선언문 잉크가 마르기 전에 갈등 조정과 비용 분담이라는 진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선언은 정부가 했지만, 그 비용과 불편을 감당하는 건 결국 국민과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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