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공사를 수주한 김건희 여사 후원업체 ‘21그램’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축소·왜곡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2~2023년 사이, 21그램에 대한 실질 조사가 의도적으로 배제됐고, 당시 이를 문제 삼은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특검)의 문건까지 무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민간업체인 지게차 공급업체까지 출석시켜 조사를 벌이는 와중에도, 정작 불법 하도급 핵심 업체인 21그램에는 ‘질문서’만 보내는 형식적 감사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감사 실무진 질책한 유병호…“질문서만 보내라”
감사원법 제50조는 민간 업체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을 위한 출석 조사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12월 감사에 착수한 실무 감사관들은 건설업 면허도 없는 21그램이 대통령 관저 증축을 맡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출석 조사를 추진했지만,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유병호 감사위원이 이를 직접 막았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감사 실무진에게는 “출석 요구는 지나치다”며 질문서만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실제로 ‘출석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21그램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감사 기준의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감사 책임 과장이 갈등 끝에 사직한 정황도 뒤따랐다.
"지게차 업체까지 불러놓고…왜 21그램만 예외?"
감사원은 같은 감사에서 설계·감리업체는 물론 지게차 공급업체까지 불러 조사했다. 그럼에도 실제 불법 하도급을 준 주체이자 김건희 여사의 후원 업체로 알려진 21그램에 대해서만 출석 조사를 회피한 것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감사 축소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감사위원회의에 올라간 감사 결과 보고서는 조은석 당시 감사위원의 강력한 반대로 부결됐다. 조 위원은 “21그램을 조사하지 않은 감사는 감사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장문의 반대 의견서를 위원들에게 배포했다. 반면 주심이었던 김영신 감사위원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감사위원회는 ‘축소 감사’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에서야 감사원은 21그램에 대한 출석 조사를 뒤늦게 진행했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서면 조사조차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21그램 추천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의 진술만을 근거로 책임 소재를 더는 추적하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 수사대상 포함”…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도
이와 같은 ‘봐주기 감사’ 정황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법상 16개 항목 외 추가 인지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 전문가들은 “유병호 전 사무총장의 감사 방해가 고의적으로 특정 업체를 보호하거나 대통령 배우자와 연관된 사안을 피하려 한 정황이 인정된다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충분히 특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21그램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감사 보고서 부결을 이끌어낸 조은석 감사위원이 현재 내란 특검으로 임명된 상황에서, 감사원 내부에서 축소·무력화된 감사가 다시 수사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사원이 정권과 연루된 핵심 인물을 향한 감사에만 유독 느슨한 태도를 취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가운데, 공정한 기관의 역할 회복을 위한 전면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