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AI 3대 강국’을 향한 기술 주권 확보의 칼을 뽑았다. 단순한 기술개발 사업이 아닌, 글로벌 AI 패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범국가적 생존 전략이 본격화됐다. 핵심은 바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5개의 컨소시엄을 가리는 경쟁. 네이버, SK텔레콤, KT, LG, 그리고 코난테크놀로지-KAIST 연합 등 국내 최정상 AI 주체들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AI는 주권이다…정부, 기술 독립 위한 거대한 베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AI 주권(Sovereignty)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규정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모델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 주권·산업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목표 아래, 성능과 생태계 기여도를 동시에 평가하는 입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는 총 15개 컨소시엄이 제출한 제안서를 바탕으로 ▲기술력(40점) ▲전략 및 개발목표(30점) ▲생태계 파급 및 기여계획(30점)을 심사해 5개 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단순한 성능 대회가 아니라 ‘국가 AI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한 전략적 조합이라는 점에서,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팀들이 최종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GPU·데이터·인재…전례 없는 정부 지원 패키지
최종 선정된 5개 팀은 전례 없는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GPU 지원: 최신형 H100, B200 등을 포함한 GPU 1,000장 이상을 팀당 단계적으로 제공
데이터 구축: 연간 최대 150억 원 규모의 데이터 공동구매 및 가공 예산 지원
인재 확보: 해외 석학 초빙 시 연간 20억 원까지 인건비·체제비 매칭
이는 모델 개발 3대 장애물인 인프라·데이터·인재를 국가가 직접 해결해 주겠다는 의미다. 특히 GPU 확보난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겐 도약의 기회이며, 대기업에겐 ‘국가 인증’이라는 전략 자산이 된다.
유력 5강 분석…각기 다른 강점으로 ‘국가 AI 생태계’ 퍼즐 맞춘다
▷ 네이버: 한국어 AI의 ‘국가대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는 한국어 처리 능력, 상용화 경험, 독자 인프라 모두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는다. 수천만 사용자 기반과 ‘클로바 스튜디오’를 통한 B2B 확장도 강점이다. 다만, 폐쇄적 생태계에 대한 우려는 생태계 기여 평가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 SK텔레콤: 인프라로 밀어붙이는 ‘AI 고속도로 건설자’
GPU 6만 장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 ‘프롬 스크래치’ 방식의 독자 모델 개발, 검증된 오픈소스 이력 등은 ‘국가 인프라 책임자’로서의 자격을 부여한다. 단, 모델 성숙도와 정부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의문은 극복 과제로 남는다.
▷ KT: 산업 변환의 실용주의자
‘믿음(Mi:dm)’ 시리즈는 B2B 및 공공 부문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상담 자동화, 문서 요약 등 실질적 기능 중심이며, 비용 효율성과 ‘풀스택’ 전략은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기술력보다 실용성에 집중하는 전략이 평가단의 실속 우선 기조와 맞닿아 있다.
▷ LG AI연구원: 멀티모달 전문가 AI의 선두주자
‘엑사원(EXAONE)’은 바이오, 소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강하다. 멀티모달 기술과 에이전트 AI 개발 비전도 돋보인다. 오픈소스에 대한 진정성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범용성 부족은 단점이다. ‘산업 특화 슬롯’ 유력 후보로 평가된다.
▷ 코난테크-KAIST: 다크호스의 반란
중소 AI 강자 코난테크놀로지는 KAIST와의 산학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제조업 특화 전략을 내세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및 학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정부가 강조하는 ‘생태계 다양성’ 측면에서 강력한 어필이 가능하다.
그 외 경쟁자들…카카오와 스타트업의 분투
카카오는 자체 모델 개발보다는 글로벌 모델 활용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독자 개발’이라는 평가 기준과 다소 어긋난다. 업스테이지, 프렌들리AI 등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주도 컨소시엄에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며 간접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K-AI 표준’과 생태계 구조 재편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5개 모델을 선정하는 것을 넘어, 시장 리더십 공고화, K-AI 생태계 표준화,
개방형 오픈소스 활성화라는 3대 파급 효과를 창출할 전망이다.
특히, 공개된 모델과 데이터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대한민국 전체 AI 생태계의 저변을 확대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의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단일의 최고 성능모델을 뽑는 것이 아니다. 다섯 개의 퍼즐 조각이 맞춰져야 완성되는 국가 AI 생태계 구축 전략이다. 기술력, 사회적 기여, 생태계 다양성까지 모두 고려한 이 거대한 실험의 최종 당선자는, 단순한 우승자가 아닌 대한민국 AI 주권의 수호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