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2024년 12월 3일. 헌정질서를 뒤흔든 비상계엄 선포는 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가장 어두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통치권의 마지막 수단이자 금기된 제도였던 ‘계엄령’이 현실화되던 그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외침은 단지 정권교체를 넘어,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한 절규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반 년이 지난 20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권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우선 이번 대선의 결과는 말 그대로 복합적이고도 불편한 민심의 풍경을 드러냈다. 출구조사에 비해 낮은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 이는 단순한 통계 오차 이상의 신호다. 막판으로 갈수록 집결한 보수세력의 결집,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역 기반의 강한 지지, 극우와 내란 주도 세력에 대한 기대까지 — 모두 민주주의가 회복되었다는 선언과는 다르게, 아직도 이 사회 저변에 깊이 뿌리 내린 정치 양극화를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대선 토론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음에도,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일정 부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세대간 인식 차이가 아니라, 정치 혐오가 어떻게 탈정치적 지지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반면 권영국 후보와 민주노동당은 출구조사 이후 급증한 후원금으로 진보적 정서의 재확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작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리박스쿨’ 사건처럼 선거 직전 불거진 중대한 폭로들조차, 정치화된 정보전 속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나 논의조차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는 점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진실은 아직 그 어디에서도 결론 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에서 ‘국민주권정부’라는 기치를 분명히 내걸었다. 비전과 통합을 약속했지만, 갈라진 민심의 골을 메우는 일은 단순한 수사로 가능하지 않다. 내란과 계엄, 가짜 뉴스, 성희롱, 지역주의, 정치 혐오 — 이번 선거를 둘러싼 거의 모든 이슈들이 민주주의를 시험했다. 그리고 그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정한 ‘국민주권정부’는 단지 시민의 손으로 선출됐다는 상징이 아니라, 시민의 뜻을 일관되게 실천하는 정부여야 한다. 공권력을 사유화한 지난 6개월의 어두운 그림자와 그 잔재를 어떻게 청산하느냐가 새 정부의 첫 과제가 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되찾은 민주주의’라는 구호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이제는 증명할 차례다.